고금리·경기침체의 그늘…1월 법원 경매 신청건수 1만건 돌파
대출금 못갚아…2013년 7월 이후 10년6개월 만에 최대
꼬마빌딩 등 상업용 건물 줄줄이 경매행…명동 중심거리도 경매 나와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올해 1월 법원에 접수된 전국의 신규 경매 신청건수가 1만건을 돌파하며 월별 통계로 10년 6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의 후폭풍이 경매시장에서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법원 경매정보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신규 경매 신청 건수는 1만619건으로 지난 2013년 7월(1만1천266건) 이후 가장 많았다.
같은 1월 기준으로는 작년 동월(6천786건)에 비해 56% 증가했고, 2013년 1월(1만1천615건) 이후 11년 만에 최대다.
신청 건수는 채권자가 대출금 등 채권회수를 위해 해당 월에 경매를 신청한 것으로, 실제 입찰에 들어간 경매 진행 건수보다 경제 상황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반영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통상 법원에 경매 신청을 하면 감정평가 등을 거쳐 매각기일이 잡히기까지 평균 6개월 가량의 시차가 발생하는 데다, 진행 건수에는 신청 건수뿐 아니라 앞서 여러차례 유찰된 물건들도 함께 누적되기 때문이다.
신규 경매 물건수는 지난 2019년 10만건을 넘었다가 2020년 9만2천781건, 2021년 7만7천895건, 2022년에는 7만7천459건으로 3년 연속 감소했다.
그러나 지난해 3월부터 월간 경매 신청 천수가 8천건을 넘기 시작해 연간 신청 건수도 1만1천147건을 기록하며 4년 만에 다시 10만건을 넘었다.
이처럼 경매물건이 증가하는 것은 2022년부터 이어진 고금리 기조와 경기 침체 여파, 매매거래 침체 등으로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차주들이 증가하고 있어서다.
역전세난 여파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 보증금 회수를 위해 강제경매를 신청한 경우도 크게 늘었다.
법무법인 명도 강은현 경매연구소 소장은 "경매 신청 건수가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사정이 좋지 않고, 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도 커졌다는 의미"라며 "최소 상반기까지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는 여전해 경매물건도 당분간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매 신청이 늘어나는데 유찰되는 물건이 쌓이면서 경매 진행 건수도 급증하고 있다.
법원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의 경매 진행 건수는 1만6천642건으로 전월(1만3천491건) 보다 23.4% 증가했다.
아파트 등 주거시설의 경매 진행 건수는 7천558건으로 전월(5천946건)보다 27.1% 증가했다.
업무·상업시설의 상황도 심상치 않다.
지난달 업무·상업시설의 경매 진행 건수는 3천612건으로 2013년 1월(3천655건) 이후 11년 만에 최다 건수를 기록했다.
지지옥션 이주현 선임연구원은 "최근 경기 침체와 고금리로 인한 매출·임대 수익률 하락 등으로 수익형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를 겪으면서 경매물건이 증가하고 있다"며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지난해 3월 이후 10개월 만에 다시 50%대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실제 이달 7일에는 명동 중심거리에 있는 4층짜리 꼬마빌딩이 약 318억원에 경매로 나왔는데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대지면적 기준 감정가가 3.3㎡당 약 10억171만원으로 역대 최고가다.
강은현 소장은 "명동 중심거리에서 경매 물건이 나온 것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보인다"며 "얼마 전까지 강남이나 명동 등 인기지역의 꼬마빌딩은 경매 신청에 바로 낙찰이 되는 등 없어서 못팔 정도였는데 고금리와 경기침체의 파장이 최근들어 상업용 시설로 확산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경매업계는 경매 물건수가 증가하면 그만큼 낙찰률(경매 진행건수 대비 낙찰건수)과 낙찰가율, 응찰자수(경쟁률) 등 경매 주요 지표도 동반 하락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주현 선임연구원은 "이달은 설 연휴가 끼어 있어 경매진행 건수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3∼4월에는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만 월 3천건을 넘어설 전망"이라며 "물건수가 늘면 투자수요도 분산되는 만큼 고가 입찰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sm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