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벨라루스 통해 日·대만산 전차용 부품 우회 조달"
닛케이 "벨라루스가 중국에 설립한 업체가 중개…서방 제재 무력화"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러시아 군수기업이 벨라루스 업체를 통해 일본과 대만에서 제작된 정밀기계 부품을 우회 조달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3일 보도했다.
닛케이는 벨라루스 반정부 단체 벨폴이 벨라루스 군수 관련 기업에 재직 중인 협력자들로부터 받은 자료를 입수, 벨라루스 정권 관계자가 중국에 설립한 기업이 전차 생산에 필요한 각종 물품을 사들여 러시아에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자료에는 러시아와 벨라루스, 중국 등에 있는 기업 간 계약서와 거래 기록, 금융기관 지급 기록 등이 담겼다.
보도에 따르면 모터와 센서 등 군수장비 부품을 우회 조달한 기업은 벨라루스 루카셴코 정권 관계자가 중국 광둥성에 2022년 설립한 '선전 5G 하이테크 이노베이션'(선전 5G)이다.
이 업체는 도쿄 소재 기업인 메트롤과 오리엔털 모터, 아이치현 공작기계 기업 제품을 확보해 루카셴코 정권이 관리하는 벨라루스 군수 관련 기업에 보냈다.
닛케이는 "메트롤과 오리엔털 모터가 선전 5G와 직접 거래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선전 5G가 다른 중국 기업이 보유한 재고를 구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선전 5G가 벨라루스로 보낸 부품이 러시아 전차 생산 거점인 '우랄바곤자보드'로 다시 이송돼 주력 전차에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벨폴 측 견해를 전했다.
아울러 선전 5G는 전차 조준기에 이용되는 인코더 디스크를 대만 업체에서 조달해 미국과 영국이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러시아 기업에 매각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닛케이는 "러시아 군수산업을 겨냥한 제재가 제3국 경유 무역 등으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실태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과 영국 당국은 이른 시일 내에 선전 5G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있지만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새로운 회사를 세울 수도 있어 공급 경로를 완전히 끊기는 어려울 듯하다"고 짚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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