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선 운영 급한 러 항공사, 해외 임대항공기 아예 구매 나서
우크라사태 후 반환 요청 속 러에 남은 400대 중 165대 사들여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최수호 특파원 =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 제재를 받는 러시아가 국제노선 운항에 필요한 항공기 확보를 위해 자국에 남아있는 해외 임대업체 소유 항공기들을 사들이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러시아 매체 RBC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러시아 항공사들이 해외 임대업체로부터 구매한 항공기는 165대로 나타났다.
이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대러시아 제재로 해외 임대업체들이 반환을 요구한 가운데, 아직 러시아에 남아있는 전체 항공기 약 400대 가운데 40%가량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기간 러시아 항공사들은 3천억루블(약 4조3천억원)에 달하는 러시아 국부펀드(NWF) 지원과 자체 예산을 들여 에어버스 기종 항공기 등을 구입했다.
항공사별로는 국영 항공사인 아에로플로트가 가장 많은 93대를 구매했고, 민간 항공사 S7 항공(45대), 우랄 항공(19대), 극동 항공사 아브로라(8대) 등이 뒤를 이었다.
한 소식통은 "항공사들의 항공기 구매를 위해 할당된 국부펀드 한도가 소진됐다"고 밝혔다.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작년부터 러시아 항공사와 해외 임대업체들은 임대 계약이 종료된 항공기 구매에 대한 협상을 진행해 왔으며, 양측 간 거래는 모두 미국 재무부 승인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항공사들은 국제선 운항에 해외 임대업체들이 영향을 미칠 수 없도록 임대 항공기 구매 후 '이중 등록'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체에 따르면 항공사들이 구매한 항공기 소유권은 러시아 국영 보험사 NSK로 이전되며, NSK 소유 임대업체가 다시 항공기를 항공사들에 임대한다.
다만 구입 항공기가 러시아에만 등록됐더라도 제재 상황 탓에 유럽이나 미국 등 '비우호국'으로는 비행할 수 없으며, 중국 등 중립국으로만 오갈 수 있다.
RBC는 러시아 교통부가 이번 사안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항공 분야 정보 분석 등을 수행하는 러시아 민간업체 아비아포르트의 올레그 판텔레예프 대표는 "항공사들이 구매한 항공기 수는 해외 운송 수요를 맞추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 정부는 자국산 항공기 보급 문제 해결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방은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후 러시아에 민간 항공기와 예비 부품, 유지보수 서비스 공급을 금지했다.
이런 까닭에 러시아 항공사들은 서방에서 제조한 항공기를 유지·보수하는 데 필요한 대체 부품을 확보하지 못해 항공기 운항 시간 단축 등에 나섰다.
러시아 정부는 서방에서 수입한 여객기들을 대체하기 위해 자국산 부품을 사용하는 항공기 제조와 민간·군용 항공기에 이용할 자국산 엔진 공급 확대 등에 힘을 쏟고 있다.
su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