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 러 조종사 피살…러 스파이·마피아 소행 가능성"
우크라전 도중 탈출…반역죄로 러시아서 사형선고
스페인서 총맞아 숨져…스페인 내 러 망명자들 '공포'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 중 망명한 러시아군 조종사가 스페인에서 피살된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 정보당국과 마피아의 범행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스페인 경찰은 막심 쿠즈미노프 피살 사건에 러시아 정보당국과 러시아 마피아가 연관돼 있는지 수사 중이다.
수사당국은 스페인에서 활동하는 러시아 마피아가 러시아 정부의 지령을 받고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번 사건과 연관성을 살펴보고 있다고 현지 일간 ABC가 전했다.
쿠즈미노프는 지난 13일 스페인 동남부 베니도름 인근 한 빌딩 지하 주차장에서 총에 6차례가량 맞은 시신으로 발견됐다.
범인은 쿠즈미노프의 차량을 몰아 그의 시신을 치고 현장에서 달아났으며, 이 차량은 인근 마을에서 불에 탄 채 발견됐다.
그의 시신이 발견된 빌딩에는 러시아인·우크라이나인들도 산다고 ABC는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쿠즈미노프는 지난해 8월 Mi-8 헬기를 몰고 우크라이나로 망명했다.
당시 헬기가 우크라이나에 착륙한 뒤 헬기에 함께 타고 있던 동료 2명은 달아나려다가 사살됐다.
이에 러시아 당국은 쿠즈미노프에 반역죄로 사형을 선고했고 동료들에 대해서는 훈장을 수여했다.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은 이날 쿠즈미노프에 대해 "이 배신자·범죄자는 더럽고 끔찍한 범죄(망명)를 계획한 바로 그 순간에 도덕적으로는 시신이 된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쿠즈미노프 피살 사건으로 스페인으로 피신해온 러시아 망명자들이 공포에 휩싸였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러시아군 출신으로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탈영해 스페인에서 살고 있는 니키타 치브린은 이번 사건 이후 "스페인 당국자 누구도 내게 연락해서 내 상황에 관해 묻거나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다"며 불안감을 나타냈다.
스페인에서 러시아 망명자를 지원하는 단체 '자유로운 러시아인'의 부대표인 율리아 타란은 러시아 망명자들이 가짜 신분을 활용하는 것은 "푸틴의 요원들에게 발각되지 않기 위해" 흔한 관행이라고 말했다.
타란은 "그들(러시아 망명자들)은 지금 매우 걱정하고 있다"면서 스페인 경찰·정보기관이 러시아 정부의 보복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2022년 3월에는 러시아 가스기업 노바텍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세르게이 프로토세냐가 스페인 카탈루냐의 자택에서 아내, 딸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스페인 경찰 당국은 프로토세냐가 가족을 살해하고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언론들은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을 범인으로 지목했고 프로토세냐의 아들도 아버지가 살해됐다고 주장했다.
또 최근 수년간 최소한 7명의 러시아 스파이가 카탈루냐 지방을 찾았다는 보도가 나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정권과 카탈루냐 분리주의자들 간의 관계가 주시 대상으로 떠올랐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러시아군 정보기관인 총정찰국(GRU) 요원들은 카탈루냐 독립운동의 중요한 시기에 카탈루냐 대표 도시인 바르셀로나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유럽의회는 이달 스페인 정부에 러시아와 카탈루냐 분리주의자들의 연계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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