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경쟁' 이커머스 실적 볕 드나…G마켓 등 수익개선 성공
G마켓 8개 분기만에 첫 흑자…SSG닷컴·롯데온 적자폭 감소
컬리·11번가, 월간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 흑자에 '고무'
중국업체 침투·소비침체 위기감…"올해·내년이 분수령"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가혹한 생존 경쟁에 내몰린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이 지난해 일제히 수익성 개선 성과를 냈다.
수년간 지속한 성장 전략을 잠시 접고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며 내실에 집중한 결과다.
신세계그룹 계열의 이커머스 업체인 G마켓(지마켓)은 지난해 순매출이 1조1천967억원으로 전년보다 9.2% 줄었으나 영업손실은 654억원에서 321억원으로 절반 넘게 축소했다고 14일 공시했다.
G마켓은 지난해 4분기에는 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8개 분기만의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는 2021년 11월 신세계그룹에 피인수된 후 처음 거둔 분기 흑자이기도 하다.
G마켓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자생력을 강화하고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는 등 지속 가능한 경영 체질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면서 "마케팅 축소 등에 따른 일회성 흑자가 아닌 대대적인 투자를 병행한 가운데 만들어낸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SSG닷컴도 순매출이 1조6천784억원으로 3.4% 감소했으나 영업손실은 1천112억원에서 1천30억원으로 소폭 개선했다. 연간 총거래액이 8% 증가한 점을 들어 성장과 수익의 적절한 균형을 맞추고자 노력했다는 데 의미를 뒀다.
앞서 연간 혹은 부분 실적을 발표한 다른 이커머스업체들도 턴어라운드(실적 개선)에 줄줄이 성공했다.
컬리는 지난해 12월과 지난달 2개월 연속 세금·이자·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흑자를 기록하며 실적 개선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2015년 1월 회사 설립 이래 월간 기준 첫 EBITDA 흑자다. EBITDA 흑자는 영업이익 흑자로 가는 전 단계로, 영업활동을 통해 돈을 벌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컬리는 특히 월간 총거래액이 성장하는 가운데 달성한 수익 개선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단순한 군살 빼기로 만든 실적이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 컬리의 지난해 전체 거래액은 약 2조8천억원으로 전년(약 2조6천억원) 대비 7.7% 늘었다.
컬리 관계자는 "전방위적인 구조 개선과 효율화 노력을 통해 이룬 값진 성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재무적 투자자(FI) 주도의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11번가도 오픈마켓 사업에서 지난해 5∼7월과 12월 EBITDA 흑자를 내면서 수익 개선 기대감을 높였다.
11번가는 이런 성과를 기반으로 올해 오픈마켓 사업 영업손익을 흑자로 전환하고 내년에 리테일을 포함한 전체 사업에서 영업이익 흑자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롯데쇼핑[023530] 이커머스 사업부인 롯데온도 매출을 1천131억원에서 1천351억원으로 19.4% 늘린 동시에 영업손실을 1천559억원에서 856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이며 실적 개선의 모멘텀을 잡았다.
유통업계의 공룡이 된 쿠팡은 창사 이래 첫 연간 영업이익 흑자가 기정사실화돼있다.
지난해 1∼3분기(1∼9월) 매 분기 1천억원이 넘는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며 누적 4천500억원대 흑자 규모를 달성했고, 4분기(10∼12월)에도 1천억원대 흑자 기조가 유지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의 이런 수익 개선 흐름은 피나는 비용 절감 노력의 결과다. 고물가 속에 물류비와 판매관리비 등 줄일 수 있는 건 모두 줄였다. 물류부터 배송까지 판매 전 과정을 효율화하는 구조 개선도 뒤따랐다.
업계에서는 온라인쇼핑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외형 성장에 치중해온 업체들이 지난해부터 경영 기조를 일제히 수익성 향상으로 틀면서 그 성과가 나타난 것으로 해석한다.
한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크고 작은 업체가 난립하는 가운데 시장 성장률마저 점차 둔화하면서 이제 수익을 내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인식이 퍼졌다"며 "불황 여파로 투자 시장이 얼어붙는 바람에 '자력 생존'이 최대 화두가 된 것도 하나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수익 개선 기조가 올해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수익에 집중하면 성장 동력이 약화하고, 매출 성장을 꾀하면 수익성이 악화하는 딜레마는 이커머스 업체들이 해결해야 할 공통된 숙제다. 같은 맥락에서 비용 절감만으로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같은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초저가를 무기로 국내 시장을 공격적으로 파고들면서 업계의 위기의식은 어느 때보다 크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알리익스프레스의 앱 사용자 수는 717만5천명으로 지난해 1월(336만4천명)에 비해 113% 급증했다.
테무도 지난해 8월 기준 52만명에 불과했던 앱 이용자 수가 지난달에는 570만9천명으로 10배 이상 불어나며 한국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력한 경쟁자 출현에 더해 올해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는 소비 침체는 국내 이커머스 업계가 직면한 또 하나의 위기 요소다.
산업통상자원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온라인 유통의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9.0%로 최근 5년 새 가장 낮았다.
연도별로는 코로나19 원년인 2020년(18.4%) 정점을 찍은 이래 2021년(15.7%), 2022년(9.5%)에 이어 3년 연속 내림세다.
이런 가운데 이커머스 업계의 옥석이 가려지는 시점이 머지않았다는 전망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국내 시장 구도는 시장 지배력이 높아진 쿠팡과 일부 대형 이커머스 업체로 재편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생존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면서 늦어도 2025년 내에는 어느 업체가 살아남고 도태될지 대략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며 "이커머스 업계 전체로 올해 또는 내년이 매우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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