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미국 무기 끊기자 유럽에 매달리나…외교활동 크게 늘려(종합)
"젤렌스키, 뮌헨안보회의 계기로 지원 요청하며 독·프·영 순방"
최전선도 워싱턴 동향 집중…"우크라 병사 목숨 미국에 달렸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이도연 기자 = 미국의 추가 군사지원이 의회 문턱을 몇 달째 넘지 못하자 우크라이나가 유럽에 더 의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의 추가 군사지원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유럽에서 외교활동을 두배로 늘리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익명의 한 우크라이나 고위 관료는 NYT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오는 16∼18일 독일에서 열리는 뮌헨안보회의(MSC) 참석을 계기로 베를린과 프랑스 파리, 어쩌면 영국 런던을 방문하고 이때 더 많은 군사 지원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관료는 "(러시아의 승리는) 유럽에 재앙이 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 지역 다른 나라에 대한 공격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럽인들은 이를 알고 있고, 대서양 전 지역의 혼란에도 불구하고 행동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보안상의 이유로 순방 계획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연설에서 대통령실이 뮌헨안보회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며 외교활동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우크라이나는 올해의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며 "여러모로 결정적인 해"라고 강조했다.
미 의회가 조 바이든 정부가 요청한 우크라이나 등 추가 안보지원 예산안 처리를 지연하면서 미국이 우크라이나 군사장비 지원에 들이는 자금은 거의 바닥이 났다.
전날 미 상원이 우크라이나 601억달러(약 80조원)를 포함해 이스라엘, 인도·태평양 안보지원 등 총 953억달러(약 127조6천억원) 규모의 안보지원 예산 수정안을 가결했다.
공화당 상원의원 49명 가운데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 의원을 비롯해 22명이 예산안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상원 문턱을 넘었다.
그러나 하원 통과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하원에선 공화당이 다수당이고,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이미 수정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우크라이나 역시 이 법안이 하원에서 공화당 강경파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정부가 유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NYT는 설명했다.
러시아의 침공 닷새 전인 2022년 2월 19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서방의 도움을 호소하면서도 이것이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유럽을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어떠한 도움이라도 감사하지만, 이것이 자선 기부가 아니라는 점을 모두가 이해해야 한다"며 "이것은 유럽과 세계의 안보에 대한 당신들의 기여"라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전쟁 여부는 불투명해 보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이 없다고 주장했고, 서방의 경고에도 젤렌스키 대통령조차 이를 그대로 믿어야 할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2년 후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우크라이나 마을과 도시 수십 곳이 폐허로 변했다. 민간인 사상자는 수만명에 이른다.
이번에 우크라이나가 유럽 동맹국들에 보낼 메시지는 2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차이점이 있다면 이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의도를 전보다 분명히 알게 됐다는 것이다.
유럽 역시 우크라이나를 통해 러시아가 유럽 대륙에 가하는 위험을 분명하게 인식하게 됐기를 우크라이나는 바라고 있다고 NYT는 촌평했다.
미국의 추가 군사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전장에서는 탄약이 부족해진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미국 정치에 몰두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선의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텔레그램 채널과 매체 등을 통해 미국 정치 소식을 듣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최전선 격전지인 아우디이우카의 병사들은 포병과 탄약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곳의 병사들도 미국 의회에서 공화당의 반대로 인한 미국의 추가 지원 차단 때문에 이미 부족한 탄약과 장갑차 등 무기공급이 중단될까 우려한다.
이곳에서 러시아군과 싸우고 있는 올렉산데르 쿠츠헤리아벤코 병장은 "우리 병사들의 목숨이 미국의 자금 지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지원이 몇 달간 보류되면서 전장에서는 비관론이 점차 퍼지고 있다.
아우디이우카에서는 지친 병사들이 상점에서 식료품을 사재기하고 있고, 이들 모두는 집에 가고 싶어 한다고 WSJ은 전했다.
그런데도 많은 병사는 미국이 지원을 중단해도 계속 싸울 것이라고 WSJ에 말했다.
한 중위는 "우리는 계속 싸워야 한다. 이것은 우리 생존의 문제"라며 "그러나 손실이 커지고 더 많은 영토와 목숨을 잃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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