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장 책선물서 드러난 큰그림 "부채금융서 자본금융 전환"
(서울=연합뉴스) 이율 기자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설 연휴를 앞두고 금융당국 간부들에게 선물하면서 일독을 강력히 권한 책 '인구대역전-인플레이션이 온다(생각의힘)'가 눈길을 끈다.
'부채함정'을 탈출하기 위한 방편으로 자본금융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리안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증시 재평가 프로그램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예고한 데 이어 재차 증시에 이목을 집중하게 하는 행보다.
10일 금융위 등에 따르면 영국 재무부와 영국은행의 경제자문역을 역임하고 런던정경대(LSE) 석좌교수를 지낸 저자 찰스 굿하트는 인구대역전에 따라 고금리·저성장 기조가 굳어지면 과잉부채 문제가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30년간 글로벌 노동인구 증가로 인한 디플레이션 심화, 팽창적인 통화정책으로 이자율이 하락하고 공공·민간부채가 급증한 것과 달리 앞으로는 글로벌 노동인구 감소와 부양비율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상승, 저성장, 고금리가 전망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부채함정'에서 탈출하기 위한 방안으로 금융시스템을 부채금융 중심에서 자본금융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을 제언했다.
부채함정은 저금리가 오래 지속되면서 가계, 기업, 공공부문의 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정책금리 인상을 점진적이고 제한적으로만 하라는 압력이 중앙은행에 가중돼 만약 금리인상이 점진적으로 소폭으로 진행된다면, 부채를 연장하고 늘리고자 하는 현재의 유인이 전처럼 작동하는 것을 말한다.
자본금융으로 전환을 위해서는 주택담보대출, 학자금대출 등에서 대출기관과 대출자가 수익을 공유하는 지분 대출을 활용하고, 기업 세제에서 부와 자본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 기업이 자본으로 보다 많은 자금을 조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저자는 지적했다.
기업 자금조달에서 채권 발행이 갖는 이점을 덜어내 주식과 부채의 조건을 동등하게 하는 방안으로는 부채에 대한 세금혜택을 주식을 통한 자금조달에도 적용하려는 시도인 '기업주식공제(ACE)'와 소비되는 나라의 세율로 과세하는 소위 '국경세', 현금흐름조세(DBCFT)가 제시됐다.
저자는 인구대역전 하에서 세원을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확보하는 방안으로 법인세 개혁, 토지세·탄소세 부과 등을 제언했다.
이밖에 김 위원장은 금융부문 최고 정책자문기구인 금융발전심의회 위원들과자문관 등의 추천을 받아 빌 게이츠의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김영사)'과 조너선 해스켈과 스타이언 웨스트레이크의 '미래를 다시 시작하다-무형경제 해결책(Restarting the Future: How to Fix the Intangible Economy 프린스턴대 출판부)'을 실·국장들에게 선물했다.
설 연휴를 앞두고 책 3권을 선물 받은 금융위의 한 간부는 "연휴가 나흘인데 원서 1권을 포함해 책을 세권이나 선물 받다니 당분간 마음의 양식이 두둑하다"면서 "집안 곳곳에 두고 짬을 내 틈틈이 읽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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