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LNG 수출규제 끌어낸 숨은 공헌자는 록펠러 가문"<WSJ>
풀뿌리 환경운동에 수년간 전폭적인 자금 지원…백악관 움직여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시설 신규 건설 일시 중지 결정을 내린 과정에서 환경운동 단체에 대한 록펠러 가문의 물밑 지원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록펠러 가문을 필두로 한 미국의 억만장자들이 바이든 행정부의 LNG 수출 제한 결정을 끌어낸 숨은 공헌자라고 보도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LNG 수출시설의 신규 건설 승인을 사실상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기후 위기를 '실존적 위기'로 규정한 뒤 "LNG 수출이 에너지 비용과 미국의 에너지 안보, 우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살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세계 최대 LNG 수출국인 미국이 수출량 확대를 스스로 제한하겠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에너지 업계뿐 아니라 야당인 공화당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의 한 측근은 "환경보호 운동가들이 활발한 활동을 벌였고, 이들의 목소리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WSJ에 따르면 환경보호 운동가들이 백악관이 주목할 정도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록펠러 가문이 지난 2018년 출범한 환경단체 '석유와 가스 문제 대처를 위한 기부자 연대'(FCOG)의 전폭적인 지원 때문이었다.
엑손 모빌의 출발점이 된 스탠더드 오일을 창업한 존 록펠러의 후손들은 에너지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자선재단을 통해 환경 운동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기후 변화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억만장자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도 록펠러 가문의 환경운동에 합류했다.
이후 FCOG는 미국의 LNG 사업을 규제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행동에 나섰다.
일단 LNG 유전이 집중된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텍사스주(州) 등의 환경운동가들을 접촉한 뒤 자금을 지원했다.
FCOG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풀뿌리 환경운동가들은 미국 정부 고위직들을 만나 LNG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거듭 주장할 수 있었다.
한 환경운동가는 지난해 12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 참석해 당시 백악관 국가기후보좌관이었던 존 포데스타와 면담하기도 했다.
또한 틱톡 등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캠페인과 함께 민주당 연방 의원을 통한 로비도 병행됐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달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이유로 LNG 수출시설 신규 건설 중단을 결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이 발표된 뒤 록펠러 재단은 "LNG 수출에 반대하는 수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봤다. 백악관도 우리들의 노력을 인정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환경단체들에 보내 자축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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