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트럼프 사법전쟁'…주요 법정공방 쟁점은
대선 앞두고 4개 형사사건·민사재판 줄줄이
'마녀사냥' 외치며 지지층 결집 노려
"사법 무시·과도한 권한 요구, 美민주주의 위협"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굳히기'에 나서며 재집권을 노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싼 겹겹의 민형사 재판이 본격화되면서 시험대에 올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1년 1·6 의회 난입 독려 등 4개 사건에서 91개 혐의로 형사 기소됐고, 성추행 피해자가 제기한 손해 배상과 명예훼손 소송 등 다수의 민사 재판에도 휘말려 있다.
미국 CNN 방송은 "미국민들이 대선 후보가 선거 유세를 하는 동시에 각종 혐의로 법정을 빈번하게 드나드는 그동안 정치사에서 유례없었던 일을 목격하게 됐다"고 5일(현지시간) 짚었다.
CNN은 판결이 임박했거나, 속속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민형사 재판들이 트럼프 진영의 향후 선거운동은 물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업가로서 일군 재산의 운명을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재판 결과와 과정이 비단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의 '운명' 뿐 아니라, 미국 대통령직의 권한과 한계, 미국의 입헌민주 체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CNN이 트럼프 전 대통령 앞에 도사리고 있는 사법 리스크의 주요 쟁점과 전망 등을 정리했다.
◇ 트럼프 법정 공방 겹겹…형사기소 4개·민사소송도 줄줄이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1년 1·6 의회 난입 독려, 2020년 대선 개입 의혹, 성 추문 입막음 돈 사건, 기밀문서 유출 등과 관련한 4개 사건에서 91개 혐의로 형사 기소됐으나 모두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그룹의 사기 대출, 성추행 및 피해자 명예훼손 등으로 민사 소송도 줄줄이 걸려있다. 또한, 11월 대선 출마 자격 문제를 놓고도 법적 판단을 받아야 하는 처지다.
▲ 성추행 명예훼손 소송, 거액 위자료 평결 =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명예훼손 민사 재판 평결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상태다.
뉴욕남부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지난달 2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28년 전 그에게 성추행당했다고 주장한 패션 칼럼니스트 E. 진 캐럴에게 명예훼손 위자료 8천330만 달러(약 1천112억원)를 지급하라고 평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지만, 판결이 확정되면 배상금은 그에게 적지 않은 재정적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캐럴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성범죄 피해 민사소송의 2심 재판도 진행 중이라 재판 결과에 따라 재정 부담이 더 커질 수도 있다.
▲ 자산가치 조작 민사소송, 선고 임박 =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족기업인 트럼프그룹의 자산가치 조작 의혹에 대한 민사 재판 결과도 곧 나올 것으로 보인다.
소송을 제기한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트럼프그룹에 벌금 3억7천만달러(약 5천억원)를 부과하고 뉴욕주에서 트럼프그룹의 사업을 금지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사건 선고는 당초 지난달 말 예정돼 있었으나 며칠 연기됐다. 사업가로서 명성을 쌓은 뉴욕주에서 사업 금지와 벌금 처분을 받으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상당한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연방대법, 8일 대선출마 자격 변론 = 미국 연방대법원은 오는 8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자격 문제에 대한 초유의 변론에 들어간다.
콜로라도주 대법원이 내란 가담을 이유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자격을 박탈한 데 따른 것으로, 연방 대법원에서 어떤 결정이 나오더라도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혼란 등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우에 따라서는 폭력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앞서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주(州)의 공화당 대선 경선 투표용지에서 제외할 것을 주 정부에 명령하는 판결을 했다. 주 대법원은 1·6 의회 난입 사태와 관련,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란에 가담했다고 보고 반란에 가담할 경우 공직을 금지한 수정헌법 14조 3항을 적용했다.
수정헌법 14조 3항은 남북전쟁 당시 남부 연합 측 인사들이 공직을 맡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대통령 후보 자격 판단 문제에 사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조항이 대통령에게도 적용되는지 여부가 이번 연방대법원 변론의 핵심이다.
연방대법원이 콜로라도주 대법원 판결을 인용할 경우 콜로라도주는 물론 메인주 등 다른 주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출마 자격이 박탈될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출마가 허용된 다른 주에서 승리를 거둬 대선에서 이길 경우 의회가 이를 인준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수 있다.
▲ '2020년 대선 뒤집기' 형사재판, 무기한 연기 = 내달 4일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뒤집기 혐의 관련 재판은 무기한 연기됐다.
이번 결정은 면책특권을 주장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 측 주장이 연방항소법원에 계류 중인 가운데 나온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또 당시 현직 대통령으로서 재임 기간 공무상 행위에 대해서는 면책 특권이 있다며 재판부에 혐의 기각을 요청했다.
타냐 처트칸 판사는 지난해 12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각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항고를 하며 이에 대한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법정 절차를 모두 보류해 달라고 요청했다.
워싱턴DC 항소법원 재판부는 지난달 9일 이에 관한 구두 변론을 들었으나 언제 결정을 내릴지는 확실치 않다. 면책특권 적용 요청이 또다시 기각될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이를 연방대법원까지 끌고 갈 것으로 보여 추가 지연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 '성추문 입막음 돈' 사건, 내달 25일 재판 =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면한 형사 재판 중 진도가 가장 빠른 것은 성 추문 입막음 돈 사건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직전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의 과거 성관계 폭로를 막기 위해 변호인을 통해 입막음 돈을 지급한 뒤 그 비용에 관한 회사 기록을 조작한 혐의로 작년 3월 말 형사 기소됐다.
뉴욕 맨해튼지방법원은 이 사건에 대한 재판을 내달 25일로 정했다.
▲ '기밀문서 유출' 사건, 5월 재판 =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밀문서 유출 및 불법 보관 혐의로도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재임 기간 수백건의 기밀 문건을 담은 상자를 백악관에 보관하다 2021년 1월 20일 임기를 마친 뒤 허가 없이 문건이 든 상자 여러 개를 마러라고 저택으로 가져가 방치한 혐의로 연방법원에 기소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수사가 시작되자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플로리다주에 있는 마이애미 연방법원은 이번 사건에 대한 재판을 오는 5월로 잡아놨지만, 재판 시작 전에 방대한 증거 자료를 검토해야 한다는 트럼프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재판 일정이 연기될 수도 있다고 CNN은 전했다.
▲ '2020년 대선 개입' 조지아주 형사기소, 재판 일정 미정 =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개입 혐의로 미국 조지아주에서도 형사 기소됐지만, 재판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이 재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한 네이선 웨이드 특별검사가 패니 윌리스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검사장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이 최근 드러나며 파행될 수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윌리스 검사장과 웨이드 특검이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국민 세금으로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 있다"며 "검사장을 재판에서 배제하고 기소를 중지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한 상태다.
◇ 트럼프 '마녀사냥' 주장에 지지층 똘똘…"트럼프, 민주주의 위협"
트럼프 전 대통령을 에워싸고 있는 크고 작은 사법 리스크가 한둘이 아니지만, 아직까지는 이런 혐의와 재판들이 큰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NN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런 사법 리스크를 자신이 정치적 박해를 받고 있다는 서사로 솜씨 좋게 엮어내면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층을 오히려 똘똘 뭉치게 했다고 분석했다.
거듭된 항소 등으로 자신이 연루된 재판의 판결을 지연하고, 자신의 사건을 맡은 법관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략도 사법 리스크가 유권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CNN은 평가했다.
CNN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캐럴이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 재판에서 여과 없이 드러낸 법정과 법관에 대한 빈번한 불신과 짜증, '항의 퇴장' 등은 미국을 지탱하는 사법 시스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면책특권 재판에서 보듯 대통령으로서 거의 절대적인 권한을 요구하는 그의 입장은 종전의 미국 대통령에게선 볼 수 없는 것이라면서, 이는 영국왕이라는 무소불위의 권력자에 대한 반발로 탄생한 미국의 건국 이념에도 직접적인 도전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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