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헝가리 '겁박 대신 어르기' 전략…"멜로니·마크롱이 주역"
정상회의 당일 '만장일치 합의' 반전…헝가리도 소기의 성과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1일(현지시간) 헝가리 반대를 극복하고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500억 유로(약 72조원)의 장기지원안에 대한 타결에 이른 것은 각국의 '겁박 대신 어르기'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다.
EU 복수 당국자에 따르면 전날까지도 불투명했던 우크라이나 지원안 '만장일치 합의'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당일 아침 반대를 전격 철회하면서 성사됐다.
특히 오르반 총리의 마음을 돌리는 데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익명의 EU 소식통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멜로니 총리가 오르반 총리와의 '오랜 관계'를 지렛대 삼아 대화를 주도했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멜로니 총리가 (EU-헝가리 간) 가교 구실을 하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는데, 이번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멜로니 총리는 오르반 총리와 '정치적 소울 메이트'로 불릴 정도로 막역한 사이다.
멜로니가 2022년 9월 총선에서 승리하자 오르반 총리는 "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는 유럽의 난제에 대한 공통의 비전과 접근 방식을 공유하는 친구들이 어느 때보다 많이 필요하다. 헝가리-이탈리아 우호, 만세!"라며 뜨겁게 반겼다.
이탈리아 총리실도 이날 합의 타결 직후 정상회의에 앞서 양국 정상이 두 차례 대면 회담을 한 사진을 공개하며 멜로니 총리의 공을 부각했다.
마크롱 대통령 역시 오르반 총리를 설득한 숨은 주역이라고 외신은 분석했다.
애초 이번 특별정상회의는 지난달 헝가리의 '나 홀로 반대'로 우크라이나 지원안 타결이 무산된 데 따른 후속 성격이었다.
그런데도 오르반 총리가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자 EU 내부에서 헝가리의 '투표권 박탈' 주장까지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 "오르반을 적대시하지 않고 그를 계속 동참시키고 싶어 했다"고 폴리티코는 마크롱의 측근을 인용해 전했다.
그만큼 EU로선 '만장일치 합의'가 우크라이나 지원 재확약을 넘어 '단결'을 과시하는 결과물이었던 셈이다.
오르반 총리로서도 소기의 성과를 얻어낸 것으로 보인다.
EU 공동성명에는 "필요한 경우 2년 이내에 EU 이사회는 집행위에 개정된 다년간 지출예산(MFF) 검토를 위한 제안을 하도록 요청할 것"이라는 문구가 추가됐는데, '해마다 표결'을 요구한 오르반 총리의 요구사항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헝가리 총리실의 오르반 벌라주 정책보좌관도 이를 두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2년 뒤 전체 사안이 EU 예산안의 맥락에서 재검토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정상회의에서 EU가 우크라이나 장기지원안과 별개로 논의해온 군사 지원용 유럽 평화 기금(EPF) 충당 문제에 대한 합의는 불발했다.
EPF는 EU 공동예산이 아닌 각국의 추가 기여금으로 조성한 특별기금으로, EU는 이 기금을 회원국들의 무기 지원대금 보전에 활용해왔다.
EU는 전쟁 장기화로 기금이 빠르게 고갈돼 이를 연간 50억 유로씩, 4년간 확충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헝가리는 물론 기여금 부담이 큰 독일도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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