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무임승차론' 또?…긴장한 유럽 군비 증액 바람
트럼프, 나토 회원국들 향해 잇단 책임분담 발언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과 맞물려 유럽에서 군비 증액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의 고위 지도자들이 군비 문제에서 미국 행정부의 잠재적 교체 가능성에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해야 할지 논의를 시작했다고 이 사안과 관련된 소식통들을 인용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의 이런 분위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유럽 회원국들을 겨냥해 책임 분담 강화를 요구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는 점과 무관치 않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7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한 대선 유세에서 "우리는 나토에 돈을 쓰고 있는데 그렇게 많은 것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가 공격받는다면 그들(나토 회원국들)이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0일 폭스뉴스 주최로 진행된 타운홀 행사(유권자 앞에서 정견을 발표하는 행사)에서는 재집권시 나토에 대한 방위 공약을 유지할지에 대해 "그들이 우리를 적절히 대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침공을 당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비용 분담, 유럽 회원국들의 국방비 증액 등을 살펴 가며 나토에 대한 방위 공약 이행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동맹국의 책임 분담 강화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부터 강조한 것이지만 이른바 '트럼프 2.0'의 현실화 가능성에 나토 회원국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미국의 대선 관련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유력한 바이든 대통령을 전반적으로 앞서고 있다.
WSJ은 안보에서 '무임승차'가 아니라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유럽 국가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의 국방장관들은 3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나 국방비 지출의 확대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WSJ이 전했다.
유럽 내 여러 정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시 누가 행정부에 들어갈지 파악하기 위해 워싱턴DC 등에서 미국 정·재계 인사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유럽 내 미국의 일부 동맹국들은 군비 지출에 머뭇거리는 주변국들에 국방비 지출을 늘리라고 압박하는 모양새다.
예컨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 24일 언론 인터뷰에서 "EU 회원국 대부분이 계획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은 충분하지 않다"며 유럽 국가들에 우크라이나 지원을 늘릴 것을 촉구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나토 관련 주장이 타당하다고 말했다고 WSJ이 전했다.
나토 가입을 앞둔 스웨덴의 토비아스 빌스트룀 외무장관은 "미국이 유럽 일부와 우크라이나 상황에 계속 관심을 갖기를 EU가 원한다면 우리도 전략적 관점에서 미국에 중요한 것에 비슷한 관심이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폴란드과 스웨덴은 나토가 회원국에 권고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2%' 목표를 충족했으며 독일은 올해 국방비가 GDP의 2%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나토 회원국 29개국 중 9개국의 국방비 지출이 GDP의 2% 수준에 도달해 2014년 2개국보다 크게 늘었다.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침공한 것이 나토 회원국들의 국방비 확대에 영향을 줬다.
올해는 나토 회원국의 약 절반이 GDP의 2% 이상을 국방비로 지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유럽 내 많은 국가가 지난 수년간 경제 성장의 약화로 국방비를 늘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WSJ은 설명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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