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작년 부실기업 4천개사 넘을듯…최근 5년간 최대"
2019년 이후 평균 부실확률 우상향
건설업, 자본잠식 확률 2배 넘게 커져…"선제적 사업재편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지난해 외부 회계법인의 정기 감사를 받아야 하는 기업, 즉 외감기업 가운데 부실기업 수가 4천개사를 초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31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발표한 '기업부실예측모형을 통한 2023년 부실기업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외감기업(금융업 제외) 3만6천425개사 중 4천255개사(11.7%)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2022년 실제 부실기업 수(3천856개사)보다 10.3% 늘어난 것으로, 2019년 이후 5년간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 부실기업 수 추정치는 한경협이 직접 설계한 기업부실예측모형에 최소자승법을 이용해 도출됐다.
기업부실예측모형은 기업의 재무지표(자산·매출액·부채·이자비용)를 투입해 재무상태가 정상적인 기업이 '부실'로 전환될 확률을 산출하는 모형이다. 2018∼2022년 비금융업 외감기업(10만8천244개)의 재무지표를 회귀분석해 설계됐다.
모형에 따르면 기업의 자산·매출액이 늘어날수록 부실 확률(정상 기업이 부실 상태로 전환될 확률)은 감소했으며, 부채·이자비용이 늘어날수록 부실 확률은 증가했다.
지표별로 보면 기업의 자산과 매출액이 1%씩 증가할 때 부실 확률은 각각 0.02%포인트, 0.0004%포인트 감소했다.
부채와 이자 비용이 1%씩 증가하면 부실 확률은 0.02%포인트, 0.00004%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자산 감소와 부채 증가는 변화 폭이 클수록 부실 확률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졌다.
자산과 부채가 1% 감소·증가할 때 부실 확률의 증가 폭은 0.02%포인트였지만, 자산이 절반으로 감소하거나 부채가 두배로 증가할 때 부실 확률은 30%포인트 이상 증가해 기업 안정성이 크게 훼손됐다.
기업부실모형을 토대로 외감기업들의 평균 부실 확률을 진단한 결과, 부실 확률은 2019년(5.33%) 이후 매년 증가해 작년 7.9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부실 확률이 증가했다는 건 기업들의 전반적인 재무지표가 악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종별로 보면 부동산·임대업과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이 부실 확률 상승을 견인했다. 이들 산업의 부실 확률은 각각 21.4%로 집계됐다.
그 뒤로 교육 서비스업(14.2%), 전기·가스, 증기 및 수도사업(13.9%), 운수업(13.4%) 순이었다.
부실 확률이 가장 가파르게 상승한 업종은 건설업이었다. 건설업의 부실 확률은 2019년 2.6%에서 작년 6%로 4년 새 두배 넘게 올랐다.
한경협은 부동산 대출 연체율 증가에 따른 부동산 경기 침체, 고금리 및 원자잿값 상승,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 등으로 인한 자금 경색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부실기업 증가는 금융과 실물경제 간의 리스크를 확대 재생산해 경제 전반의 안정성을 크게 위협할 수 있는 요인"이라며 "부실 위험을 경감하기 위해 자금조달 금리를 인하하고 기업활력제고법상의 사업재편 제도를 활용한 선제적인 사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win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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