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戰 장기화 요인으로 지목된 北무기지원…"핵심은 포탄"
우크라 공격한 미사일 잔해에서 '한글 부품' 발견되기도
북러 군사협력, 핵위협과 함께 국제현안 부각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우리는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를 매우 우려하고 있다."
사브리나 싱 미국 국방부 부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미국이 예산이 없어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한 가운데 북한의 러시아 지원으로 전쟁이 길어질 우려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실제로 전쟁 발발 2년이 되어가고 있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02년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만해도 러시아의 압승으로 끝날 줄 알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의 거센 저항으로 전쟁은 교착국면에 빠졌다.
특히 러시아는 지난해 여름부터 전쟁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무기 부족으로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는데, 이때 북한이 결정적인 지원에 나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9월 러시아 아무르주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에서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는데 함께 하겠다"고 결의했다.
그 직후부터 북한은 러시아 무기와 호환 가능한 포탄 등을 러시아로 이전하기 시작했다고 미국 정보 당국은 보고 있다.
미국의 한미경제연구소(KEI) 트로이 스탠거론 선임국장은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통일부 주최 국제포럼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수행하는 데 부족한 포탄 규모를 연간 800만개로 추산하면서 이 가운데 북한이 수백만개의 재래식 포탄을 제공할 잠재력이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할 가능성이 큰 포탄은 152㎜ 탄이며, 북한은 이를 러시아 내 생산단가(1개당 약 600달러)의 50∼100% 가치로 공급할 것으로 내다봤다. 100만 개라면 3억∼6억달러(4천100억∼8천100억원)에 해당한다.
실제로 지난 2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영국에 소재한 분쟁 지역의 무기를 추적하는 단체인 '분쟁무기연구소'(CAR)가 지난 19일 발간한 '우크라이나에서 기록한 북한 무기 보고서'에 한글이 적혀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일 우크라이나 북동부에 있는 제2도시인 하르키우에서 러시아 미사일 공습이 발생했는데, 이 공격에 사용된 미사일 잔해에서 한글로 적힌 부품이 발견됐다.
지난 10일과 11일 현장방문을 통해 미사일 잔해를 확인한 CAR 연구원들은 "이 미사일이 북한에서 제조된 KN-23 또는 KN-24 미사일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KN-23은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모방해 만든 최신 무기에 해당한다.
물론 러시아도 북한에 식량과 에너지는 물론이고 북한이 필요로 하는 위성과 미사일 분야, 핵추진 잠수함 등 첨단군사기술 이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와 북한간 군사협력의 핵심내용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미국 정부는 의회가 추가 예산을 제공하지 않아 지난해말 이후로 우크라이나를 더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북한의 무기 지원을 받는 러시아 상황이 개선되는 효과를 더해주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될 수록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은 국제사회의 현안이 되고 있으며, 북한의 핵위협과 함께 미국 정부의 북한 대응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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