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폭력 토론회서 저질 발언…伊 테르니 시장에 사퇴 압박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 중부 테르니의 스테파노 반데키(62) 시장이 시의회 토론회에서 저속하고 성차별적인 발언을 쏟아내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 따르면 문제가 된 반데키 시장의 발언은 지난 22일 테르니 시의회에서 열린 여성 폭력 근절 토론회에서 나왔다.
토론회 도중 우파 정당인 이탈리아형제들(FdI) 소속의 친치아 파브리치 시의원이 지난해 11월 반데키 시장의 "바람피우지 않는 남자는 정상이 아니다"라는 TV 인터뷰 발언을 문제 삼자 그는 발끈했다.
반데키 시장은 "정상적인 이탈리아 남성과 여성이라면 내 말을 이해하겠지만 이탈리아는 얼간이들로 가득 차 있다"며 반격에 나섰다.
그는 한술 더 떠 "보통의 남성은 여성의 멋진 엉덩이를 보고 작업 걸기도 한다. 성공하면 좋고, 실패하면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기분 나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건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반데키 시장이 그대로 옮기기 어려울 정도 수위의 저속한 발언을 쏟아냈다"며 "역설적인 것은 이 발언이 여성 폭력 근절 토론회에서 나왔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반데키 시장이 속한 우파 정당 인기있는 대안(AP)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 소속의 시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중도 좌파 정당인 민주당(PD)은 성명서를 내고 "반데키 시장이 여성을 통제할 수 없는 남성 욕망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성차별적 인식을 자랑스럽게 주장했다"고 비난했다.
우파 정당인 동맹(Lega)도 "반데키 시장이 저속한 언어와 도발, 모욕으로 시의회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고 주장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동맹은 "반데키 시장에게 여성 존중 의식이 전혀 없다는 게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그는 이전에도 품위의 한계를 넘어선 적이 여러 차례였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반데키 시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나를 추방하고 싶으면 엘바섬으로 보내줄 수 있나요? 나도 나폴레옹과 같은 길을 걷고 싶으니까요"라고 대응했다.
자수성가한 백만장자인 반데키 시장은 2006년 니콜로 쿠사노 대학을 설립했고, 2017년 2부리그 축구팀 테르나나 칼초를 인수해 지난해까지 구단주를 지냈다.
지난해 8월에는 시의원을 상대로 "이빨을 뽑아버리겠다"고 위협하며 물리력을 행사하려다가 보안요원에게 제지당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테르니는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서 동북쪽으로 약 100㎞ 떨어진 대도시다. 반데키는 지난해 5월부터 테르니 시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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