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이스라엘에 "美청소년 피살 조사하라"…인질가족 의회 난입
가자 남부 칸유니스선 올해 가장 치열한 전투 "50명 숨져"
"피란민 몰린 학교도 피격"…EU, 이스라엘에 '2국가 해법' 압박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에서 이스라엘 공격으로 민간인 사망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팔레스타인계 미국 청소년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미국 정부가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전쟁 중단을 촉구해온 인질 가족들은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 회의장에 몰려가 회의를 방해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를 향한 압박이 안팎으로 커지는 모양새다.
미국 정부는 22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요르단강 서안에서 숨진 10대 미국인 청소년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고 AFP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베단트 파텔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지난주 요르단강 서안에서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타우피크 아자크(17)가 총을 맞고 숨진 사건과 관련해 "우리는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확인하려고 이스라엘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고 그가 사망한 경위를 파악하려고 긴급 조사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파텔 부대변인은 아자크 사망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며 긴장 완화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요르단강 서안에서 폭력에 따른 비극적 긴장 고조와 관련한 미국의 입장은 분명하다며 "모든 당사자가 긴장 고조 행위를 피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뉴스통신 와파와 유가족에 따르면 아자크는 지난 19일 요르단강 서안 중심도시 라마말 동쪽에 있는 알마즈라 알샤르키야에서 총격으로 숨졌다.
이스라엘군은 이 사건과 관련해 비번인 경찰관 한명과 민간인 한명이 돌을 던지던 것으로 추정된 팔레스타인인을 향해 총을 쐈다고 AFP에 밝혔다.
또 당시 현장에서 청소년에게 발포했다고 주장하는 군인 한명도 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을 계기로 요르단강 서안을 점령한 뒤 팔레스타인인들의 자치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테러범 색출 등을 이유로 요르단강 서안 내 팔레스타인 거주지역을 급습해왔는데 작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이후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터지면서 요르단강 서안 공격도 크게 늘었다.
미국 정부는 이날 요르단강 서안뿐 아니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도 병원 내 민간인들을 보호하라고 이스라엘에 촉구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스라엘에 자위권이 있다면서도 "그들(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지키고 가능한 한 병원 내 무고한 사람들과 의료진, 환자들을 보호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보건부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남부 최대도시 칸유니스 서쪽 알마와시에 처음으로 진입해 알카이르 병원을 급습한 뒤 의료진을 체포했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는 이스라엘군이 탱크를 동원해 칸유니스의 알아말 병원도 포위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대원들이 가자지구 내 병원들을 작전에 이용한다고 주장하면서 수색을 벌여왔다.
미국이 이스라엘을 향해 가자지구 민간인 보호 등을 요구하는 것은 이스라엘군 작전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지난 15일 가자지구 북부에서 고강도 지상전이 끝났고 남부에서도 고강도 작전을 조만간 종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그동안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의 막대한 인명피해를 초래한 대규모 지상전과 공습을 하마스를 겨냥한 정밀타격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해왔다.
이스라엘이 미국 등 국제사회의 압박에 한발 물러섰지만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참사 우려는 가라앉지 않았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도 올해 들어 가자지구 남부에서 가장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칸유니스에서만 밤새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50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적신월사 관계자들은 칸유니스에서 피란민들이 있던 학교 4개가 이스라엘군 공격을 받으면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민간인 희생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이스라엘 안팎에서는 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들의 가족 수십명은 이날 크네세트 재무위원회 회의장에 들어가 전쟁 중단과 인질 석방 협상을 촉구했다.
이들은 회의장에서 "그들(인질들)이 거기(가자지구)에서 죽어가는 동안 당신들은 여기에 앉지 못한다!"라고 외치며 분노를 표출했다.
인질 가족들의 시위는 현장에서 저지됐으며 최소 한명이 회의장 밖으로 쫓겨났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인질 가족들은 지난 19일 이스라엘 최대 도시 텔아비브의 고속도로 일부를 점거하는 시위를 벌인 데 이어 정치권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20일에는 텔아비브에서 시민 수천명이 인질 귀환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가자지구에는 현재 이스라엘 인질 약 130명이 남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인질 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가 인질 석방을 대가로 이스라엘에 항복을 요구하는데 이를 전면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하마스 고위 관리인 사미 아부 주흐리는 이스라엘의 군사작전 종료 거부에 대해 "포로들의 귀환 가능성이 없다"고 맞불을 놓았다.
한편, 유럽연합(EU)은 이날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이집트 외무장관과 아랍연맹 사무총장을 벨기에 브뤼셀로 초청해 연쇄 회담을 하고 가자지구 종전과 평화 정착 방안을 논의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EU 외교장관 회의에 앞서 "군사적 수단만으로 평화와 안정을 구축할 수 없다"며 이른바 '2국가 해법'(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독립국으로 평화롭게 공존하는 구상)을 통한 분쟁 해결을 거듭 주장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 스테판 세주르네 프랑스 외무장관 등 유럽 각국 외무장관도 2국가 해법과 즉각적 휴전, 인질 석방을 주장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 등 국제사회 거듭된 압박에도 불구하고 2국가 해법에 대한 거부 의사를 꺾지 않고 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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