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의 'SOS'에도…"중국은 가자전쟁에 관심"
우크라 고전에 중재 필요성 떨어져
가자전쟁 '중재자' 입지 모색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고전 중인 우크라이나가 중국에 '평화 중재자'가 되어 줄 것을 압박하고 있으나, 중국의 관심은 가자지구로 향해 있다고 미국 CNN 방송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달 15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우크라이나의 평화 구상에 중국이 참여하기를 매우 바란다고 밝혔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중국과 다양한 층위에서 더 많이 소통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다보스 포럼 기간 중 중국 측과 약식회담 형식으로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중국 측과의 회담은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전했다.
리창 중국 총리가 다보스 포럼에 참석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리창 총리의 다보스 포럼 연설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직접 연관된 언급은 없었다.
이는 중국의 지난해 행보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4월 젤렌스키 대통령과 직접 통화하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특사를 파견했다.
지난해 2월에는 중국 외교부가 우크라이나 전쟁 1년째를 맞아 정치적 해결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같은 변화는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 등 서방의 지원이 주춤하는 등 전황이 달라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미국 싱크탱크인 스팀슨 센터의 중국 프로그램 디렉터인 윤 선은 "예전에는 중국이 러시아가 심하게 패배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재를 원한 것일 수 있다"며 "이제는 그에 대한 걱정을 덜고 (개입보다는) 전쟁의 전개 상황을 관찰하는 게 더 이득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중국은 지난해 10월 발발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에 눈을 돌리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13∼18일 아프리카 순방 기간, 아랍연맹과 함께 휴전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왕 부장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공존하는 이른바 '두 국가 해법'을 위한 계획을 구체화하기 위해 권위를 가진 더 큰 규모의 평화 회의를 소집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같은 행보는 중국이 개발도상국 사이에 '대안적 지도자'로 입지를 다지려는 시도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대부분의 개도국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평화의 대리인'으로 협상안을 끌어내면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있는 신흥국과 개도국)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알렉스 가부예프 카네기 유라시아센터장은 "(세계적인) 좌절과 분노가 가자지구 분쟁으로 옮겨갔다"며 "이곳은 중국이 '선의의 외교 세력'으로 득점할 수 있는 곳"이라고 짚었다.
따라서 중국이 젤렌스키 대통령이 스위스에 제안한 '세계 평화 회의'에 참석할지도 불투명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5일 스위스 수도 베른에서 비올라 암헤르트 대통령과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정상급 회의인 '세계 평화회의'를 공동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와 관련, '회의에 초청받았느냐'는 질문에 "평화를 위한 모든 노력을 지지한다"며 즉답을 하지 않았다.
스팀슨 센터의 윤 선은 "평화 회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러시아가 받아들이지 않는 한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러시아가 반대하는 조건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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