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세장·실적 충격에도 반도체주 '빚투' 급증…삼성전자 38%↑
"삼성전자 실적 부진, 반도체 주도력 약화 서막은 아니야"
(서울=연합뉴스) 이민영 기자 = 새해 들어 국내 증시가 약세를 보인 가운데 반도체 종목에 대한 '빚투'는 대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12일 기준 삼성전자의 신용잔고는 3천896억원으로 지난해 말(2천805억원) 대비 38% 증가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뒤 변제를 마치지 않은 금액으로, 이 잔고가 늘었다는 것은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증가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신용잔고는 지난 4일부터 12일까지 7거래일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 9일 삼성전자가 시장 기대치를 24%가량 하회한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잠정치를 발표한 이후에도 신용잔고는 꾸준히 늘었다.
SK하이닉스의 신용잔고는 2천141억원으로 지난해 말(1천428억원) 대비 49% 늘었다.
두 종목의 신용잔고 증가율은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의 신용잔고 증가율(7.5%)을 5배 이상 웃돌았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반도체 종목 주가가 하락한 가운데 현재 반도체 업황이 완전히 돌아서지는 않았으나 추후 개선되면서 앞으로 1∼2년 장기적으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들어 12일까지 6.8% 하락했으며, SK하이닉스도 5.2% 내렸다.
이차전지 종목 중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373220] 신용잔고가 1천708억원으로 지난해 말(1천794억원) 대비 4.7% 감소했다. 지난 9일 LG에너지솔루션은 시장 기대치를 42%가량 하회한 작년 4분기 잠정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일부 이차전지 종목 신용잔고는 소폭 늘었으나 반도체 종목 대비 증가 폭은 작았다.
POSCO홀딩스 신용잔고는 지난해 말 대비 2.5% 증가했으며 포스코퓨처엠[003670]과 LG화학[051910]은 각각 0.9%, 1.5% 늘었다.
삼성전자가 예상치를 밑돈 실적을 발표하며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우려감이 나오기도 했으나, 시장은 반도체주가 주도주 지위를 잃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돈 것은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른 실적 개선 속도가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지만, 이는 속도의 문제이지 방향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반도체 주도력 약화의 서막으로 보지 않으며 오히려 작년 실적 부진은 올해의 기저효과를 강화해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증권가가 제시한 올해 반도체 기업의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한 달 전 대비 증가한 상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1일 기준 삼성전자[005930]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34조525억원으로 한 달 전 추정치 대비 327억원 늘었으며, SK하이닉스도 8조8천222억원으로 2천802억원 늘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실적이 확인될 때까지 반도체 종목의 뚜렷한 주가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온디바이스 인공지능 모멘텀 등 추가 수요를 자극할 만한 요인이 나오는 지 여부가 아직 불확실한 상황에서 해당 모멘텀 여부에 따라 반도체 업황 경로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가이던스 상향 여부의 윤곽이 잡힐 것으로 예상되는 1분기 말 전까지는 반도체 종목의 주가가 탄력적으로 상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해정 연구원은 "확정 실적과 세부 실적 내역 등을 통해 반도체 턴어라운드에 대한 대략적인 윤곽이 나온 후 주가가 본격적으로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신용잔고를 늘리기보다 실적 발표 기간인 만큼 업황, 데이터를 확인하면서 투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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