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교수와 해야 유리?' 정부 첨단 바이오 인력교류 사업 논란
과기부 "우수기관 파견 권장"…특정 대학·교수 목록 제시
과학계 "특정인에 국제협력 몰아주기"…연구재단 "예시일 뿐"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정부가 첨단바이오 분야 국내 연구자를 해외에 파견하는 인력교류 사업을 공고하면서 특정 교수들의 연구실과 교류할 것을 권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과학계에서는 특정인에게 국제협력을 몰아주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지난달 27일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1차 공고 신규 과제 사전공고를 내고 연구자 의견을 받았다.
이 사업은 합성생물학, 감염병 백신과 치료, 유전자 및 세포치료제, 디지털 헬스 데이터 등 첨단바이오 세부 중점기술 분야 교수급 연구책임자와 참여연구원으로 꾸려진 국내 연구단을 해외 선도 연구그룹에 파견해 공동연구와 네트워크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공고문은 해외 우수 연구기관 위주로 파견을 권장한다며 특정 대학의 특정 교수를 지정하는 방식으로 연구기관 목록을 제시했다.
합성생물학 분야에는 미국과 영국, 일본, 덴마크, 독일, 스웨덴, 스위스, 싱가포르, 호주 등 대학의 교수 26명 이름이 담겼고, 다른 분야도 20명 남짓한 교수들이 일일이 지정됐다.
목록에는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국빈 방문 당시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만난 모더나 공동창업자 로버트 랭거 교수와 합성생물학 창시자 제임스 콜린스 교수 등 유명 석학들이 포함됐지만, 이들이 포함된 이유 등은 제시되지 않았다.
과학계는 이들과 관계있는 특정 연구자들에게 유리할 수 있고 R&D 사업을 무리하게 설계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과학계 한 관계자는 "연구자 이름까지 내는 건 오해 소지가 크다"며 "최소한 목록에 대한 근거가 있어야 오해가 생기지 않을 텐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대학 박사후연구원은 "아무리 예시하지만, 목록 속 연구실 출신 연구자들이 상당히 유리한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며 "이런 게 카르텔이 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연구재단은 내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해 만든 목록으로 분야별로 관련 있는 외국의 우수한 연구자들을 참고하라는 의미로만 제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연구재단 관계자는 "권장은 하지만 반드시 이 교수들과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 예시를 제시한 것"이라며 "이들과 한다고 가점이 있거나, 하지 않는다고 불이익이 있는 것은 아니고 참고 자료"라고 말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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