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아픔 위안…우크라이나서 스탠드업 코미디 인기
통행금지·공습경보 소재로 전쟁을 웃음으로 승화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우크라이나인들이 전쟁통에 벌어지는 일들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면서 스탠드업 코미디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지난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스탠드업 코미디가 전쟁 중에 르네상스를 맞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코미디가 사람들에게 심리적 도움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2022년 3월 동부 수미지역의 코미디언 펠릭스 레드카 씨는 '긴장한 관객' 150명을 앞에 두고 무대에 올랐다. 이 공연은 이후 온라인으로 수백만명이 시청했다.
이날은 수미 지역이 러시아에 점령된 지 24일째로, 러시아군 탱크가 인근 도시를 위협하고 사람들이 실종되거나 죽고 고문당하던 공포의 시기였다.
레드카 씨는 "돌아보면 무모한 짓이었지만 언제 또 핵 벙커에서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을 할 기회가 있겠나"라고 물었다.
코미디언이자 사업가 안톤 지트러브 씨는 "아직 지하에 숨은 사람들에게 정서적으로 힘이 됐다"며 "우리는 농담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몰랐는데 레드카가 저항하는 방법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후 우크라이나에선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 붐이 일었고, 지트러브 씨는 이달 말 키이우에 세 번째 공연장을 연다. 키이우에만 코미디 공연장이 6곳 이상이다.
전쟁 전엔 우크라이나의 스탠드업 코미디는 러시아 정부가 지원하는 방송사가 후원하는 쇼가 대부분으로 큰 인기는 없었다고 한다. 지방에 있는 레드카 씨의 평균 관객은 단 4명이었다.
지금은 인기 있는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엔 관객이 1천500명 이상 모일 정도로 흥행하고 있다.
코미디에 쓰이는 언어는 러시아어에서 우크라이나어로 바뀌었다.
코미디 소재는 주로 통행금지, 공습경보, 전선에 나간 친구나 친척 등이다.
사망한 러시아 군인은 논란이 되는 코미디 소재다. 우크라이나 군인은 대부분 코미디언이 조심스러워하는 영역이지만 그래도 코미디로 만들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남편이 최전선에 있는 코미디언 나스티야 주크발라 씨는 "전쟁과 관련해서 코미디에서 다루지 못할 소재는 거의 없다"며 "오히려 사람들이 재밌어할 극적인 내용을 찾기가 어려워 미사일 공격 만으론 부족해서 핵 얘기를 할 정도"라고 말했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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