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돈 잘 안써요"…'中 특수' 잃어버린 관광도시 파리
中 단체 관광객 들르던 파리 면세점 한산…"수익 40% 마이너스"
"젊은층 일자리 잃고 공무원은 임금 삭감"…佛 관광 장관 연초 중국행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니하오."
지난 5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파리 시내의 한 면세점 2층에 들어서자 세 명의 중국인 점원이 미소와 함께 띠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4년여 전인 2019년만 해도 중국 단체 관광객으로 시끌벅적하던 곳이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한산하다 못해 들어선 사람이 머쓱해질 정도로 손님이 없었다.
아시아인으로 보이는 그룹 관광객이 나타나자 점원들은 간만에 본 손님들에게 앞다퉈 접근했다.
기자라는 신분을 밝히면서 코로나19 이후 중국 관광객 경기가 어떠냐는 말을 꺼내자 한 직원이 조용히 상급자에게 안내했다.
건물 한쪽 사무실에서 만난 중국 고객 책임자 A씨에게 "요즘 왜 중국 관광객이 덜 보이느냐"고 묻자 곧바로 "지금 중국 사람들은 돈을 저축하기에 바쁘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전후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에 더해 미국과의 긴장 관계 탓에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 공장이 문을 닫았고 그 때문에 많은 중국 젊은이가 일자리를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그만큼 중국인이 해외 관광을 할 여력이 없어졌을뿐더러 관광하면서도 예전만큼 돈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 단체 관광객의 상당수를 차지하던 중국 공무원도 더는 비행기를 타지 않는다고 A씨는 전했다. 정부에서 공무원 임금을 대폭 줄인 탓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9월 한 홍콩 매체 보도에 따르면 재정난에 허덕이는 중국 지방정부들이 대대적으로 임금을 삭감해 상하이의 경우 고위 간부 공무원 연봉이 43%나 깎였다.
A씨는 "관광객이 줄면서 수익이 이전 대비 마이너스 40%"라며 "24년 동안 이곳에서 일했는데 최근 3년이 최악"이라고 말했다.
올해 파리에선 하계 올림픽이 열려 상황이 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는 있지만 파리의 높은 물가와 숙박비, 크게 오른 항공료 때문에 생각만큼 중국 관광객의 지갑이 열리지 않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A씨는 "그래도 프랑스는 중국인이 가장 여행하고 싶어 하는 나라 1순위"라며 "손님이 조금씩 늘고는 있으니 내년을 기약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 관광객뿐 아니라 중국 관광객에게 명성이 높은 파리 5구의 몽주약국도 상황은 비슷했다. 관광객보다 현지인이 더 눈에 띄었다.
몽주약국에서 8년간 일했다는 한국인 점원 이모 씨는 "한국 관광객은 그래도 나은데 중국 관광객은 20%밖에 회복이 안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프랑스의 이미지가 예전보다 안 좋아진 측면도 있다"며 "서비스도 안 좋고 테러나 소매치기 위험도 있고 빈대까지 나온다고 하니 점점 프랑스의 인기가 떨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고 털어놨다.
중국 관광객의 발길이 뜸해졌다는 건 최근 발표된 루브르 박물관의 방문객 통계에서도 알 수 있다.
루브르 박물관은 지난해 총 890만명이 찾아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근접했지만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방문객은 전체 관람객의 2.5%에 불과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 중국인 방문객만 전체의 약 8%를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중국에 닥친 경제위기에 더해 비자 발급의 어려움, 항공편 감소와 비행기 요금 인상, 이미지 악화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중국 '큰 손'이 돌아오지 않으면 프랑스 관광 경제에도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 올리비아 그레구아르 프랑스 관광부 장관이 4일과 5일 중국을 방문한 것도 예전처럼 중국인이 프랑스 땅으로 놀러 오도록 장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프랑스앵포는 전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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