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 강자 체면이…獨폭스바겐,中서 전기차 만들어 유럽수출
제조원가, 中이 유럽의 절반 이하…'전기차 선진국' 中 배우기 한창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세계 내연기관 차량 제조 부문 강자인 독일 폭스바겐이 이젠 중국 내 공장에서 전기자동차를 만들어 유럽에 판매하는 처지가 됐다.
2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안후이성(省) 허페이시 공장에서 유럽 시장 수출용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인 쿠프라 타바스칸 생산을 개시했다.
폭스바겐의 3번째 중국 합작사인 폭스바겐 안후이가 생산하는 쿠프라 타바스칸은 폭스바겐의 계열사인 스페인 세아트가 생산하는 모델과 동일하다.
눈여겨볼 대목은 운송비를 포함한 각종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폭스바겐이 쿠파라 타바스칸을 중국에서 생산해 유럽 시장으로 보낸다는 점이다.
폭스바겐은 중국산 쿠프라 타바스칸 제조 원가가 스페인 세아트가 생산하는 같은 모델의 절반도 들지 않기 때문에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안다고 차이신이 짚었다.
폭스바겐은 일본의 닛산·도요타와 더불어 세계 최고 수준의 내연기관 자동차 기술을 선도해온 세계 굴지의 자동차 기업이다. 그러나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위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폭스바겐 역시 중국 의존도를 키워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 세계 1·2위의 동력 배터리 기업인 CATL(닝더스다이)과 BYD(비야디) 등을 키워온 중국은 이미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을 쥐고 있다.
중국 토종 전기차 기업인 BYD는 이미 미국 테슬라와 엎치락뒤치락하는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기업으로 등장했다. BYD의 지난해 누적 전기차 판매량은 157만4천822대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폭스바겐은 중국 현지 기업들로부터 부품 조달을 늘리고 첨단 전기차 기술을 배울 목적으로 중국 투자를 늘려왔다.
폭스바겐은 전기차용 디스플레이, 미디어시스템 등을 습득하기 위해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小鵬·Xpeng), 배터리 제조업체 궈시안(Gotion), 자율주행에 초점을 둔 소프트웨어와 반도체를 만드는 호라이즌 로보틱스 등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특히 폭스바겐은 허페이공장에서 유럽 수출용 전기 SUV 생산에 이어 2026년부터 중국 보급형 전기차 모델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선 전기차 전환에 뒤처졌던 폭스바겐이 '중국 배우기'를 통해 전세 역전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올해부터 본격화할 중국과 유럽연합(EU)의 전기차 분쟁 추이가 주목된다.
1% 수준에 불과했던 중국산 전기차 판매 비중이 2022년 8%로 치솟았고, 내년엔 15%가 될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EU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EU는 중국 당국의 '불공정 보조금 혜택'으로 중국산 전기차가 싼 가격에 유럽 시장에 유입돼 역내 기업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중국을 겨냥한 반(反)보조금 조사를 진행 중이다.
EU는 중국 당국이 수년 동안 CATL과 BYD 등의 전기차와 동력 배터리 분야 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왔고, 전기차 구매세 면제 등 보조금을 줘온 걸 문제 삼고 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방중 계기로 이뤄진 지난해 12월 7일 시진핑 국가주석, 리창 총리와의 회동에서 양측은 중국산 전기차 문제를 논의했으나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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