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 내년부터 코소보 번호판 부착 차량 입국 허용
EU "세르비아-코소보 관계 정상화 가능성 보여줘"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세르비아가 새해부터 코소보에서 발급된 번호판을 부착한 차량의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AFP 통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지 국영방송 RTS 보도에 따르면 세르비아의 페타르 페트코비치 코소보 및 메토히야 자치주 국장은 전날 "내년 1월 1일부터 코소보에서 오는 모든 차량에 대해 통행의 자유를 허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페트코비치 국장은 다만 이 조치가 코소보를 독립 국가로 인정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모든 차량의 통행을 허용하는 것은 순전히 실용적인 결정이며, 이른바 코소보의 일방적인 독립 선언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말했다.
AFP는 이번 조치로 번호판을 둘러싼 양국 사이 오랜 갈등의 실타래가 풀렸다고 평가했다.
코소보는 2008년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했으나 세르비아는 코소보 독립을 인정하지 않고 '코소보 및 메토히야 자치주'라는 자국의 영토로 간주하고 있다.
서로를 인정하지 않으며 오랜 기간 갈등을 빚어온 두 국가 사이에서 차량 번호판 문제는 핵심 쟁점이었다.
코소보 정부는 지난해 7월 말 자국에 사는 세르비아계 주민들에게 8월 1일부터 그동안 사용하던 세르비아 정부의 번호판 대신 코소보 정부의 번호판을 달 것을 요구했다.
세르비아계 주민들은 이 조치가 코소보 정부를 인정하라는 강요라며 집단 반발했다.
분노한 세르비아계 주민들은 트럭으로 도로를 봉쇄하고 코소보 경찰과 총격전을 벌였다. 세르비아 정부는 현지 주민들의 보호를 명분으로 군의 전투준비 태세를 최고 등급으로 격상했다.
갈등이 본격화하자 코소보 정부는 이 조치를 철회했다.
양국은 2021년에도 상대국 번호판을 단 차량 통행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당시 양국 갈등은 코소보 당국이 자국으로 넘어오는 세르비아 차량의 번호판을 떼어내고 자국 임시 번호판을 부착하면서 촉발됐다.
양국은 이후 유럽연합(EU)의 중재 하에 상대국 번호판을 교체하지 않고 국가 기호 위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방안을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이처럼 첨예한 이슈인 번호판 문제에서 세르비아 정부가 한발 물러선 것은 현실적인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페트코비치 국장은 "코소보에 사는 세르비아계 주민의 99%가 자발적으로 코소보 정부 발급 번호판으로 교체했다"며 "이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EU는 세르비아 당국의 결정을 환영했다.
피터 스타노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번 조처는 세르비아와 코소보가 관계 정상화 과정에서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EU는 이제 코소보도 비슷한 방식으로 대응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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