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작지만 강한 화물사업자"…제주항공 화물 2호기의 첫 비행
여객 이어 화물사업서도 'LCC 1위' 굳히기…노선 운항횟수 15회→27회로
화주·대리점 네트워크 신뢰 및 정시성 '우선'
(김포·인천=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제주항공이 여객에 이어 화물사업에서 '저비용항공사(LCC) 1위 굳히기'에 나선다.
지난 14일 인천국제공항 화물청사에서 만난 화물 2호기는 이러한 제주항공의 포부가 담긴 선봉장이다.
센 비바람이 불던 이날 주기장에서 성공적으로 첫 운항을 마친 제주항공 화물 2호기를 만났다. 지난 1일 제주항공에 도입돼 감항 증명을 마친 2호기는 전날 인천에서 베트남 하노이까지 화물을 운송하는 첫 임무를 마쳤다.
화물 1호기 도입 이후 1년 6개월 만에 2호기를 도입한 제주항공은 노선을 확장하는 대신 기존 노선의 운항률 및 정시성을 향상해 화주·대리점과 신뢰관계를 구축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를 통해 '작지만 강한 화물사업자' 입지를 다져 여객에 이어 화물까지 안정적으로 운송하는 '항공업 사업 다각화'를 이뤄낸다는 구상이다.
인천공항공사 집계에 따르면 올해 1∼11월 제주항공은 2만478t으로 LCC 가운데 가장 많은 운송량을 기록했다. 그 뒤로 에어프레미아(1만7천460t), 티웨이항공(1만3천15t), 진에어(1만1천612t) 순이었다.
겉에서 본 화물기의 모습은 제주항공 여객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제주항공은 여객기와 화물기 모두 B737-800 기종을 운용한다.
내부에 들어서자 주된 탑승객이 사람이 아닌 화물이라는 점을 곳곳에서 체감할 수 있었다.
우선 문의 크기가 달랐다. 사람이 드나드는 문이 있긴 했지만, 성인 남성의 허리쯤 위치해 '작은 구멍'처럼 나 있는 수준인 반면, 화물이 오가는 메인도어는 가로 3m·세로 2m 이상이었다.
사람을 위한 좌석 대신 화물을 밀어 옮길 수 있는 레일이 촘촘하게 배열돼 있었고, 안전벨트 대신 화물이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하는 락(Lock) 장치가 자리 잡고 있었다.
기체 끝자락에서 중앙으로 갈수록 무거운 화물을 실을 수 있으며, 최대 중량은 23.9t이다. 화물칸 벽 한쪽에는 기체의 무게 균형을 맞추기 위해 화물의 위치별 중량을 정해둔 안내판이 붙어있었다.
내부에는 화장실이 한 칸 있긴 했지만, 이는 오로지 조종사들을 위한 것이었다. 화물을 잘 밀고 끌 수 있도록 구슬처럼 생긴 롤러가 바닥에 다닥다닥 박혀 있어 사람이 내부를 걸어 다니기엔 다소 미끄러웠다.
주기장에서는 화물 1호기에 화물이 탑재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기체 벽면이 손상되지 않도록 둥그런 모양으로 쌓인 화물들이 그물망에 고정된 채 단위탑재용기(ULD) 위에 담겨 실리고 있었다.
이날 1호기를 통해 일본 나리타로 향하는 화물들은 대부분 건강식품이었으나, 보다 취급이 민감한 리튬 배터리 혹은 신선식품일 경우 더욱 주의를 기울인다고 한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외부 충격, 온도, 습기 등 환경에 민감한 만큼 안전을 위해 화물 간의 이격 거리를 유지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며 "화물을 그물망으로 조이고 쌓는 일은 기계가 할 수 없어 현장 직원들이 많이 고생한다"고 설명했다.
<YNAPHOTO path='AKR20231218143900003_04_i.jpg' id='AKR20231218143900003_0601' title='박지헌 제주항공 화물사업실장' caption='[제주항공 공동취재단 촬영]'/>
제주항공 서울지사에서 만난 박지헌 제주항공 화물사업실장은 "작은 비행기지만 안정적으로 운영하자는 전략"이라고 향후 운용 방향을 밝혔다.
2호기를 도입해 섣불리 노선을 늘리기보다 기존 강점을 가진 노선에 집중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운항 중인 중국 옌타이, 일본 나리타, 베트남 하노이 등 3개 노선을 유지하되, 운항 횟수를 주간 15회에서 27회로 확대할 계획이다.
1호기 운항 초기부터 화물사업실을 총괄했던 박 실장은 사업 후발주자로서 어려움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박 실장은 "당시 화주와 대리점의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며 "경험이 많지 않은데 운항을 제대로 할 수 있느냐는 냉소적 시각이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로드(운송량)를 늘리는 일에 집중하지 말고 비운항 없이 성실하게 운항하자는 전략이었다"며 "정시성이 늘 우선이었다"고 강조했다.
단일 기종을 운영하는 기단 전략도 원가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한몫했다고 덧붙였다.
여객기와 화물기 모두 같은 기체를 운용해 승무원 및 조종사, 정비 인력, 기체 부품 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비정상 상황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고부가가치 화물을 운송하기 위한 차별화 전략도 펼치고 있다.
제주항공이 LCC 최초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리튬배터리 인증을 획득한 점도 그 전략의 일환이다.
늘어난 운항 횟수를 안정적으로 수행하게 되면 노선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고려하고 있는 노선은 인천∼오사카라고 한다.
강화된 네트워크로 물동량 증대, 매출액 확대를 현실화해 한단계 성장한 화물사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 제주항공의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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