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계속 죽는데 이스라엘 왜 "전쟁 계속한다" 외치나
개전 후 가자 1만8천명 죽고 이스라엘도 115명 전사
일단 "'국가존립 위협' 하마스와 공존불가" 여론 우세
기습 탓 공존희망 소멸…잔학행위 충격도 '피의 보복' 부채질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69일째에 접어들면서 양측의 피해가 막대한 수준으로 커지고 있다.
이에 국제사회에선 피로 피를 씻는 전쟁을 멈출 때라는 압박이 거세지고 있지만, 이스라엘인들은 선뜻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미국 CNN 방송은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각과 이스라엘 내부 여론 사이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지적했다.
이스라엘군 퇴역대령 출신의 안보 전문가 미리 에이신은 "세계가 이해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들은 우리가 이 문제를 존립에 대한 위협으로 본다는 것을, 하마스의 군사적 역량이 존재하는 한 우리는 여기 살 수 없다는 걸 이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남편과 세 자녀가 모두 이스라엘군 소속으로 복무 중이라는 그는 "자녀들을 희생시키길 원한다는 게 아니다"면서 "하마스를 파괴하지 않고는 이곳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이스라엘 국민 다수가 그런 시각을 공유하는 까닭에 팔레스타인 측 사망자와 비교할 수준은 아니지만 이스라엘군에서도 적지 않은 사망자가 나오는데도 주전론이 가라앉지 않는 것이라고 에이신은 설명했다.
하마스는 무력을 통한 이스라엘의 소멸과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을 목표로 삼아왔다.
그런데도 이스라엘 일각에선 하마스와의 평화 공존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남아 있었다. 심지어 극우진영은 팔레스타인을 분열시켜 독립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하마스를 활용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여왔다.
하지만, 유대 안식일인 올해 10월 7일 하마스가 감행한 기습공격을 계기로 이스라엘에서 그런 시각은 더는 발붙이기가 어려워졌다고 한다.
조악한 테러단체에 불과하다고 여겼던 하마스가 어느새 이스라엘을 실질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존재로 성장했다는 점이 분명해져서다.
이스라엘에 침투한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하는 모습을 소셜미디어로 공유하면서 이스라엘인들이 받은 정서적 충격도 이러한 시각을 더욱 강화한 요인으로 꼽힌다.
그런 가운데 하마스의 본거지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선 피 튀기는 지상전이 이어지고 있다.
12일에는 가자 북부의 하마스 거점 중 하나로 알려진 셰자이아 지역에서 이스라엘군 골라니 여단 소속 장병 9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기도 했다.
땅굴을 이용해 매복 중이던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폭발물을 던지고 총격을 가한 결과라고 한다. 하마스는 가자지구 전역에 총연장 500㎞가 넘는 광대한 땅굴 네트워크를 건설하고 이스라엘군을 상대로 한 게릴라전을 준비해 왔다.
에이신은 "시가전에선 수비자가 언제나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된다. 그것이야말로 하마스가 도심에 전장을 구축하고 특정 구역에는 지하에 있는 전장을 만들어낸 이유"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공습 등 원거리 공격수단을 더 많이 활용해 장병들의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이 경우 가뜩이나 심각한 수준인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망자 수가 더욱 빠른 속도로 늘어날 수 있다는게 이스라엘이 직면한 딜레마다.
이스라엘 정부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10월 말 하마스를 상대로 한 지상전이 개시된 이후 현재까지 가자지구에서 전사한 이스라엘군 병사는 모두 115명이다.
하마스의 통제를 받는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같은 기간 1만8천412명의 팔레스타인인이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달초 기준으로 약 5천명의 하마스 무장대원을 사살했다고 밝힌 바 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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