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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새 문화전쟁은 반유대주의 논란…대선 이슈로 떠오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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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새 문화전쟁은 반유대주의 논란…대선 이슈로 떠오르나
'말돌리기' 논란 명문대 총장들 거취문제 마무리에도 여진 지속
공화당, 그간 대학들 '좌편향' 집중공격…"기회 마련"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으로 미국에서 반유대주의 문제가 첨예한 이슈로 떠오르면서 내년 미 대선에서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특히 공화당이 그간 대학 등 교육기관들을 겨냥해 '문화 전쟁'(cultural war)을 벌여온 가운데 미국 명문대 총장을 반유대주의로 몰아붙여 물러나게 하는 '성과'를 거둬 이 문제가 앞으로 계속 증폭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12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펜실베이니아대(유펜) 총장들이 지난 5일 미 하원 반유대주의 관련 청문회에서 한 발언과 관련된 논란이 지속하고 있다.
세 총장은 청문회에서 일부 학생들의 반유대주의 발언이 대학의 윤리 규범 위반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피하고 말을 돌렸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후 이들의 사퇴를 요구하는 여론이 거세게 일어난 끝에 엘리자베스 매길 유펜 총장이 물러났다.
클로딘 게이 하버드대 총장과 샐리 콘블루스 MIT 총장은 소속 대학 이사회의 지지를 받아 유임이 결정됐지만, 평판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이로써 총장들의 거취 논란은 일단 마무리됐으나, 이번 일로 대학 안팎과 정치권에서 격렬한 반응이 터져 나온 점을 고려하면 파장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버지니아 폭스 하원 교육위원장(공화)은 청문회 이후 총장들의 증언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난하고 이들 3개 대학의 반유대주의에 대해 공식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미 교육부도 하버드대와 유펜, 코넬대, 컬럼비아대 등의 유대인과 무슬림을 향한 혐오 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공화당이 이번 논란으로 유펜 총장을 낙마시키는 데 성공함에 따라 앞으로 교육 현장의 문화 전쟁에 더욱 열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AP통신은 이들에 대한 비난 여론으로 공화당이 미 명문대의 진보 성향을 겨냥해 벌여온 이념 전쟁이 한층 힘을 받고 있으며, 공화당과 일부 대학 후원자들이 이번 논란을 미국 고등교육을 뜯어고치는 기회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청문회에서 세 총장을 가장 몰아붙인 엘리스 스테파닉(공화) 의원은 지난 8일 온라인 매체 '뉴욕 선'과 인터뷰에서 "이번 청문회로 지각변동 수준의 여파가 있을 것"이라면서 "이는 고등교육의 지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논란으로 공화당이 대학을 공격하면서 오랫동안 기다려오던 기회를 드디어 잡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간 보수파는 미국 대학들을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문화로 인해 좌편향돼 있다고 공격했지만,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나 이번에 분위기를 뒤집어 대학과 진보파가 반유대주의 같은 혐오에 빠져 있고 편협하다고 비판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민주당 측에서도 세 총장에 대한 비판에 가세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이번 논란이 민주당·진보 진영 내 분열을 부추기는 성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의회에서 세 총장에 대한 초당적 비판 여론이 커져 미 의회 의원 70명 이상이 이들의 해임을 요구하는 서한에 서명했다.
유펜이 위치한 펜실베이니아주의 조시 샤피로(민주) 주지사는 청문회 다음 날 "유대인뿐 아니라 어떤 인종에 대한 학살도 허용해선 안 된다"며 매길 총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유펜 이사회 일원인 샤피로 주지사는 매길 총장의 진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이사회 소집 필요성도 거론, 사실상 사퇴 쪽에 힘을 실었다.
유대인인 버니 샌더스(무소속·버몬트) 상원의원도 CBS 방송에서 "누군가가 유대인 제노사이드(집단 말살)의 가치를 믿는다고 말하면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jh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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