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페소 급격 평가절하 초강수…"달러당 환율 400→800페소"
밀레이정부 '극약처방' 경제비상조치 발표…보조금 삭감에 서민층 반발 가능성
경제장관 "123년 중 113년 간 적자…이젠 재정 적자 중독서 벗어나야"
(멕시코시티·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김선정 통신원 = 연간 1만5천%에 달하는 초 인플레이션 위험을 경고하며 경제난 극복을 위한 충격 요법을 예고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정부가 강력한 페소화 평가절하와 보조금 삭감 등을 골자로 한 첫번째 경제 조치를 발표했다.
루이스 카푸토 아르헨티나 경제부 장관은 12일(현지시간) 저녁 재정 적자 해결을 위한 '경제 비상 조처 패키지'를 내놨다.
이날 발표된 10개 조치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아르헨티나 페소에 대한 50% 평가절하를 단행한 점이다.
이에 따라 인위적 환율 방어를 위해 현재 달러당 400페소(중앙은행 홈페이지상 기준)로 고정된 환율은 800페소로 조정된다.
이미 성행하는 비공식 달러(블루 달러) 환율은 이날 기준 1천70페소였다. 공식 환율 조절에 따라 두 환율 격차는 크게 줄었다. 다만 이날 정부 발표로 비공식 달러 환율이 더 뛸 가능성도 있다.
AFP통신은 아르헨티나 정부가 급격한 통화 평가절하 등을 발표했다며 이는 밀레이 대통령이 경제 비상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예고해온 극약 처방의 일환이라고 보도했다.
현지 일간지인 라나시온에서 "강력한 평가절하"라고 평가한 이번 조처에 대해 카푸토 장관은 "지난 123년 중 아르헨티나는 113년 간 재정 적자를 겪었고, 항상 그 적자의 원인을 찾아야 했다"며 "이제는 재정 적자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적자를 막기 위해 중앙은행에서 더 많은 페소화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면서 페소 가치가 하락한 만큼, 이를 공식 환율에 제대로 반영하는 게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라는 뜻이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또 에너지·교통 보조금을 삭감하기로 했다. 이는 청년층과 서민층의 큰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삭감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카푸토 장관은 이를 의식한 듯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 보조금 삭감 배경에 관해 설명을 했다. 그는 "정치는 사람들 주머니에 돈을 넣어준다는 식으로 속이고 있는데, 우리는 모두 보조금이 무료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며 "마트에서 인상된 가격으로 사람들의 교통비를 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또 1년 미만의 정부 근로 계약 미갱신, 새로운 공공사업 입찰 중지, 일부 세금 잠정 인상안도 확정했다.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의 재정 이전 최소화, 정부 부처 18→9개 및 사무국 106→54개로 축소, 수입 사전허가제(SIRA) 폐지를 통한 절차 간소화, 보편적 아동 수당 2배 인상안도 함께 발표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사회취약계층 보조금을 올해 예산 편성에 따라 일단 유지하는 한편 340억 페소(1천200억원 상당) 규모 언론사 광고비 등을 1년간 100% 삭감하기로 했다.
카푸토 경제장관은 미리 녹화해 언론 등에 배포한 15분 남짓 분량 영상에서 "우리나라의 주요 문제는 재정 적자"라며 "경제난에 대한 결과만 공격할 뿐 누구도 재정 적자라는 원인에 대해서는 공격하지 않는다"고 전임 정부의 실정을 성토하기도 했다.
그는 또 '경제 비상사태'라는 급한 불을 먼저 끈 뒤 모든 수출관세 철폐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0일 취임한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연간 130∼140%대에 이르는 물가 상승률과 40%대 빈곤율 등 무너진 경제 근간 되살리기를 위한 '극약 처방'이 필수적임을 역설했다.
다만, 중앙은행 폐쇄와 아르헨티나 페소를 달러로 대체하는 달러화 등 핵심 공약 이행에는 속도 조절을 시사했고, 대선 후보 시절 '절연'할 것처럼 비판하던 교역 규모 1·2위 브라질 및 중국과는 지금과 같은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앞서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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