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속옷차림 투항영상?…BBC "하마스·항복 여부 불확실"
"연출영상 아니지만 총 겨눈 이스라엘군이 시키는 대로 따르는 듯"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에 붙들려 있는 팬티 차림의 한 남성이 총기를 내려놓고 항복하는 듯한 장면이 담긴 영상과 관련해 신빙성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문제의 영상을 분석한 결과 조작된 것은 아니지만 이스라엘 측 주장대로 하마스 대원이 항복하는 장면인지, 또는 단순히 붙잡힌 남성이 이스라엘군 지시대로 따르는 장면인지 확실하지 않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날 소셜미디어 등에 퍼진 한 영상을 보면 지난 7일 가자지구 북부에 진입한 이스라엘군 전차 앞에 팬티만 걸친 수십명의 남성들이 늘어서 있다.
이스라엘 측에서 확성기로 무언가를 외치자 포로들 사이에서 한 남성이 돌격소총 1정과 탄창을 머리 위로 올려 들고는 천천히 걸어 나온다.
이 남성은 이미 바닥에 놓여 있는 소총 옆에 천천히 무기를 내려놓고는 다시 두 손을 올리고 원위치로 돌아간다.
이 영상을 놓고 현지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등은 하마스 대원이 무기를 내려놓고 투항하는 모습이라고 보도했다.
문제는 이 영상과 거의 같은 장면을 담았지만 영상 속 남성이 다른 손에 총을 쥐고 있는 등 약간의 차이가 있는 다른 영상도 함께 퍼졌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 측이 같은 동작을 되풀이하도록 연출해서 만든 영상이 아니냐는 논란이 확산했다.
이와 관련해 BBC가 꼼꼼히 살펴본 결과 이들 영상은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기보다는 서로 이어지는 장면을 잘라서 두 개의 영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태양이 떠 있는 위치로 봐서 먼저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첫 번째 영상에서는 남성이 소총을 가져와서 바닥에 놓인 다른 총 위에 올려놓는다.
이후 두 번째로 추정되는 다른 영상에서는 같은 남성이 다시 제3의 총을 가져와서 앞서 놓인 소총들 위에 내려놓는다.
즉 같은 소총을 여러 차례 반복해서 내려놓는 연출 장면은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영상만으로는 이 남성이 항복한 하마스 대원인지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다.
BBC는 영상에서 이스라엘군의 것으로 추정되는 총구가 그를 겨눈 채 지시하고 있어 그가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시키는 대로 따른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이 남성이 이미 이스라엘군에 제압당해 팬티만 입고 몸에 무기를 숨길 수 없었던 상황임을 고려하면 그가 지니고 있던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하는 장면이라기보다는 카메라 앞에서 지시를 따랐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BBC는 또 이 남성을 비롯해 영상에 나오는 붙잡힌 남성들이 하마스와 관련이 있는지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고 전했다.
이 영상이 촬영된 장소는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아의 유엔 학교 앞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남성들을 반나체로 붙잡아둔 모습을 담은 여러 영상이 온라인에 확산하자 이스라엘 측은 하마스 대원을 구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붙잡힌 사람 중에 민간인들이 섞여 있다는 지적과 우려도 제기됐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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