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아프리카성장기회법 포럼과 미국의 대아프리카 외교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에 일방적 특혜 부여 법안
1년 전 바이든 '올인' 선포 후 공들여…성과는 '갸우뚱'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약 한 달 전 미국과 아프리카 35개국의 정부 인사와 민간 기업인 등 2천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달 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샌튼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미국 아프리카성장기회법(AGOA) 포럼에서다.
AGOA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의 경제 지원을 위해 적격성을 인정받은 국가에 대해 미국 시장 진출 시 면세 혜택 등 일방적으로 특혜를 부여하는 법률이다.
2000년 제정돼 2015년까지 이행됐고, 10년 추가 연장돼 2025년 9월 만료 예정이다.
이번 포럼에서는 AGOA의 재연장 여부와 연장 기간, 적격성 연례 검토 결과와 검토 기간, 남아공의 수혜국 지위 유지 여부 등에 관심이 쏠렸다.
재연장에 대해서는 미국과 아프리카 국가들 모두 긍정적인 입장이었다.
미국으로서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지속해서 영향력을 확대해 온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고 미국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서 유용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나아가 해외 투자자들의 대아프리카 투자 시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10년이 아닌 20년 연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올해 적격성 연례 검토 결과 내년 1월 1일부로 기존 수혜국 35개국 가운데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가봉, 니제르, 우간다 등 4개국이 특혜 대상에서 제외된다.
반면에 노동권 문제 등으로 2019년 지위가 박탈됐던 모리타니가 다시 포함돼 내년부터 AGOA 대상국은 현재의 35개국에서 32개국으로 줄어들 예정이다.
AGOA는 적격성 판단 기준으로 ▲ 시장경제, 법치, 정치 다원주의, 반부패 시스템 등에 대한 노력 지속 여부 ▲ 미국의 국가안보와 외교정책의 이해를 저해하는 데 관여하지 않는 국가 ▲ 국제적 기준의 인권, 반테러리즘 등에 중대한 위반을 하지 않은 국가 등을 규정하고 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개별 국가에 대한 정치·외교적 목적의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AGOA를 활용할 수 있는 까닭이다.
이번에 수혜국 지위를 박탈당한 4개국도 군사 정변(쿠데타) 등 반헌법적 정권교체(가봉, 니제르), 러시아 민간 용병 기업 바그너에 근거지 제공(중아공), 반동성애법 제정(우간다) 등 다양한 비경제적 사유에 따른 것이었다.
AGOA가 일방적으로 특혜를 주는 법이기에 수혜국 지정과 지위 박탈 역시 미국이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비경제적인 이유로 경제적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국내법의 역외 적용을 규정한 미국의 통상법 301조(슈퍼 301조)와 같은 미국 일방주의의 또 다른 예라는 지적도 나온다.
1년 전 미국은 워싱턴DC에서 49개국 정상을 비롯한 아프리카 지도자 50여명을 초대해 '미국-아프리카 정상회의'를 8년 만에 다시 열었다.
이 자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은 아프리카에 모든 것을 건다(US is all in on Africa)"고 말했다.
아프리카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고 미국의 잃어버린 영향력을 회복하려는 외교적 노력의 신호탄이었다.
이후 올해 1월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을 시작으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 이어 3월 행정부의 이인자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까지 미국 고위 인사들의 아프리카 방문이 전례 없이 숨 가쁘게 이어졌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 5월 주남아공 대사가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러시아에 대한 무기 공급 의혹을 제기하며 남아프리카의 맹주 남아공과 불협화음을 노출했다.
이어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중진 의원 4명은 바이든 행정부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남아공의 AGOA 대상국 제외 가능성을 언급하며 올해 포럼 개최지 변경을 요구하기도 했다.
비동맹 원칙을 견지하는 남아공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과 관련해 미국과는 상이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8월 남아공에서 열린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의 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의에서는 반(反)서방 연대 구축에 공을 들여온 중국의 바람대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등 6개국을 품으며 브릭스가 몸집을 불렸다.
지난달 AGOA 포럼 등을 거치며 결국 남아공의 수혜 지위는 유지하기로 결정됐다.
그러나 향후에도 미국의 국가안보나 외교정책의 이해를 저해하는 데 관여했다는 이유로 남아공의 수혜국 지위가 박탈될 위험은 남아 있다.
'아프리카 올인'을 선언하며 공을 들인 미국의 대아프리카 외교가 지난 1년간 얼마나 많은 성과를 거뒀는지 당장 구체적으로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미국이 연초부터 줄줄이 고위 관리들을 파견하며 연내 이뤄지리라던 바이든 대통령의 아프리카 방문 소식은 올해가 3주 남짓 남은 8일까지도 감감무소식이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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