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법원, 중처법 사건서 '사고 나면 무조건 처벌' 관점"
대한상의·법무법인 세종 세미나…"인과관계 심리 엄격해야"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중대재해처벌법 사건에서 검찰과 법원이 기업의 법적 의무 이행 수준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고 형사책임을 묻는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변호사는 6일 대한상공회의소와 법무법인 세종이 공동 개최한 '중대재해처벌법 사례와 기업의 대응 방안' 온라인 세미나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기소와 판결 사례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1월부터 올 10월26일까지 검찰이 처분한 중대재해처벌법 사건의 91%(32건 중 29건)가 기소로 처리됐고, 법원은 선고가 이뤄진 12개 사건에서 모두 유죄 판결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김 변호사는 검찰·법원이 안전보건 확보 의무 이행 여부에 관한 판단 기준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둔 탓에 의무를 일정 수준 이행한 사업장에 대해서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본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전보건 확보 의무의 핵심인 시행령 위험성 평가·개선조치 의무에서 사업주가 최대한 인지능력을 발휘해 유해·위험 요인을 발견하려고 노력했어도 발견하지 못한 위험성이 발현돼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처벌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형법상 책임주의 관점에서는 안전보건 확보 의무와 중대재해 간 인과관계에 대한 심리가 엄격하게 이뤄져야 하지만 실무는 그렇지 못하다"며 "사고가 나면 무조건 처벌해야 한다는 결과책임적 사고방식이 중대재해처벌법 사건을 지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 발견 위험에 대한 개선(위험성 평가) ▲ 안전보건 관리 책임자에 대한 일정 수준 예산 부여 ▲ 종사자들이 제시한 의견에 대한 타당성 평가 및 후속조치 ▲ 비상상황에 대비한 정기적 훈련 등으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철저히 이행하면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형사적 면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안전보건 의무를 이행할 조직과 예산 등을 갖추지 못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법 적용을 일정 기간 유예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회사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아무 대비를 안 하는 것은 위험하고, 가능한 한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3일 고위 협의회에서 내달 27일부터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건설 현장에까지 확대 적용될 예정이던 중대재해처벌법 대상 기준 규정을 2년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노동계는 예정대로 법 적용이 확대돼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면 법 적용 사업장이 4만3천개에서 75만6천개로 17배 이상으로 늘어난다"며 "결국 처벌 중심의 법 적용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므로 추가 유예를 통해 중소기업들이 안전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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