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주민에겐 지옥"…'올림픽 피신' 노리는 파리지앵들
내년 올림픽 기간 1만5천명 방문 예정…보안 위해 곳곳 통제
에어비앤비에 숙소 내놓고 한몫 챙기려는 이들도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 파리에 사는 안 마리(55)는 2024년 파리 올림픽 개막까지 아직 8개월이 남았지만 벌써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마리는 "도시의 긴장감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숨 막힐 것"이라며 남편, 아이들과 함께 북서부 노르망디의 시골집으로 떠나 있을 예정이라고 일간 르피가로에 말했다.
마리는 "파리는 운전이나 주차하는 게 엄청 복잡한데, 여기에 올림픽까지 열리면 주민들도 이동하는 게 지옥 같을 것"이라며 "물가도 올림픽 기간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파리시는 올림픽이 "모두를 위한 축제"가 되길 바라지만 마리는 "축제는커녕, 오히려 일상에 추가적인 제약을 가하는 것"이라고 불평했다.
대표적 관광지인 몽마르트르가 있는 18구 주민 카미유(30)도 "몽마르트르에는 이미 매일 수많은 사람이 붐비는데, 관광객이 몰려들면 걸어서 다니기도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카미유 역시 인파를 피해 재택근무를 하거나 이 기간 휴가를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파리관광청은 내년 7월 말부터 9월 초까지 이어지는 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 1천500만명 이상이 파리를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
파리경시청은 원활한 대회 운영과 안전을 위해 내년 봄부터 순차적으로 경기장 및 올림픽 행사장 주변의 교통을 통제할 예정이다. 경기장 초근접 구역 내에서는 거주민들도 사전 등록을 하고 QR코드를 제시해야 이동이 가능해진다.
마리나 카미유처럼 북적대는 도심이 싫어 떠나려는 이들도 있지만, 경제적 이유로 파리를 벗어나 있으려는 이들도 있다.
에어비앤비 등 공유 숙박 플랫폼에 숙소를 등록해 수익을 한몫 톡톡히 챙기려는 이들이다.
유동 인구가 많은 파리 북역과 동역 사이에 사는 필리프(33)는 "새 아파트인 데다 혹시나 빈대가 생길까 봐 플랫폼에 숙소를 내놓기가 망설여지긴 하지만 휴가비를 벌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필리프는 최종 결정을 내리진 못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파리에 머물진 않을 거라는 점이다.
그는 "사무실이 트로카데로 근처에 있는데, 올림픽 기간 도로가 폐쇄될 예정"이라며 "파리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부모님 집에서 재택근무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 살배기 아이를 둔 엘리즈(33)도 "올림픽 기간 파리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주저 없이 에어비앤비에 집을 내놓을 것"이라며 "아이와 도시에 갇힌 채, 이동 허가를 받지 않고는 즉흥적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을 견딜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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