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출 7.8%↓·무역적자 150억달러…내년엔 무역흑자 예상"(종합)
무역협회 '수출입 평가·전망' 보고서…올해 韓수출, 세계 6위→8위
반도체 및 對중국 수출 감소 따른 '수출 부진'
"내년 IT 수요회복 등에 수출반등·140억달러 무역흑자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올해 한국의 수출이 작년보다 7.8% 줄어든 6천30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수출 급감과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에 대한 수출 부진이 겹친 것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다만 내년에는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 등으로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는 등 주력 품목의 수출이 모두 증가하면서 전체 수출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됐다.
◇ 한국 수출 규모 세계 8위로 2계단 하락…"반도체·중국 수출 부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30일 '2023년 수출입 평가 및 2024년 전망' 보고서에서 이 같은 전망을 내놨다.
보고서는 올해 한국의 수출은 6천300억달러로 작년 대비 7.8%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입은 6천450억달러로 11.8% 감소해 한국의 올해 무역수지는 150억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상현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수출이 급감했고,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에 대한 수출 부진 등이 겹쳤다"며 "4분기 들어 수출과 무역수지 흑자가 이뤄지고 있지만, 연초부터 수출 부진세가 워낙 깊어 마이너스를 기록한 한 해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13대 주요 수출 품목 중 반도체를 비롯한 8개 품목의 올해 1∼10월 수출은 작년 동기에 비해 감소했다. 자동차 등 5개 품목의 수출은 늘어났다.
반도체 수출은 작년보다 24.4%, 컴퓨터는 50.5%, 석유제품은 16.0% 각각 감소했으며, 석유화학(-16.0%), 디스플레이(-10.0%), 섬유류(-9.8%), 무선통신기기(-9.6%), 철강(-7.1%) 등의 수출도 줄었다.
반도체 수출은 모바일폰, PC, 서버 등 글로벌 전방 IT 제품 수요 급감으로 메모리 단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부진했다. 반도체를 포함한 '5대 IT 품목'의 수출 감소가 총수출 감소의 80.5%를 차지했다.
반면 자동차는 친환경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수요 증가로 전체 수출이 27.4% 증가했다.
선박(16.1%), 일반기계(3.3%), 자동차부품(0.4%), 가전(0.3%) 등의 품목도 수출이 늘었다.
지역별로 보면 올해 1∼10월 대(對)중국 수출은 1천26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3.0% 감소했다. 이는 중간재 수출이 급감한 영향이 컸다.
아세안(-15.5%), 일본(-7.3%), 중남미(-8.8%) 등으로의 수출도 줄었다.
이에 반해 미국으로의 수출은 935억달러로 2.0% 증가했다. 반도체 수출은 51.6% 감소했지만, 자동차(43.7%), 건전지 및 축전지(14.1%) 등의 수출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은 578억달러로 2.2% 증가했으며, 중동으로의 수출은 157억달러로 9.9% 늘었다.
한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74%에서 올해(8월 기준) 2.59%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세계 수출 순위가 6위에서 8위로 2계단 내려가면서 이탈리아(6위)와 프랑스(7위)에 역전당했다.
세계 수출 1∼5위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중국, 미국, 독일, 네덜란드, 일본 순이었다.
◇ 내년 반도체 등 13개 주요 품목 모두 수출 증가 전망
보고서는 내년 한국의 수출은 올해 대비 7.9% 증가한 6천80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입은 3.3% 증가한 6천660억달러로, 내년 무역수지는 140억달러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글로벌 IT 수요 회복으로 반도체 등 IT 제품이 전체 수출 성장세를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입은 원유 등 에너지 수입 단가 상승으로 소폭 확대될 것으로 보이지만, 수출 성장세를 하회하면서 무역수지는 흑자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품목별로는 한국의 13대 주력 품목의 수출이 일제히 증가세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는 메모리 단가 회복과 수급 개선, 차세대 반도체의 공급 역량 확대 등으로 올해보다 수출이 21.9% 늘어날 것으로 봤다. PC, 노트북 등 전방 IT 기기 수요 회복과 단가 상승 등으로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의 수출 증가율을 45.6%로 제시했다.
자동차 수출은 반도체 공급난으로 이연된 물량이 올해 대부분 해소된 만큼 내년 신규 수요가 제한적이지만, 전기차 수출 비중이 늘면서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아울러 내년에도 국제 유가가 소폭 상승하면서 석유화학(5.6%), 석유제품(0.4%) 등의 수출이 증가하고, 철강(7.8%)과 일반기계(2.3%)도 글로벌 수요 회복에 힘입어 수출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과 정보통신기술(ICT) 수요 감소가 올해 수출 부진의 주요 원인이라고 짚으면서도 전기차, 배터리, 양극재 등 전기 동력화 품목이 신수출 성장 동력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이들 전기 동력화 품목의 올해 1∼10월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4.9% 늘었다.
조상현 연구원장은 내년도 한국의 무역·통상에 영향을 미칠 핵심 요인으로 기술(Technology), 금리(Interest), 정책(Policy) 등 3가지를 꼽았다.
조 원장은 "올해 저조했던 IT 등 테크놀로지의 수요가 내년에 얼마나 회복될지, 글로벌 고금리 추세가 언제 종료되고 금리 인하 시그널이 나올지, 미국 대선과 각국이 공급망 등의 정책을 어떻게 펴는지를 잘 보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자열 무역협회장은 "미중 문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신흥자원국·선진국 문제 등 통상이 굉장히 어렵다"면서 "77년 활동한 무역협회가 열심히 연구해 한국 무역이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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