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으로 치닫는 아이티 '갱단 전쟁'…"난민 2만2천명"
(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인 카리브해의 섬나라 아이티에서 갱단 간 분쟁에 따른 최악의 폭력 사태로 2만2천명의 난민이 발생했다고 유엔이 28일(현지시간)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유엔은 이날 내놓은 보고서에서 갱단 전쟁이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수도 북부 곡창지대인 바스 아르티보니테 지역까지 확산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유엔은 포르토프랭스의 주요 갱단이 바스 아르티보니테 지역 갱단과 연대하는 등 세력을 확장하면서 갱단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과정에서 살인과 약탈, 납치, 성폭력이 만연하면서 주민들이 난민 신세로 내몰리고 있으며 쌀과 같은 주요 식품에 대한 접근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유엔은 전했다.
유엔은 반자동 소총 등으로 무장한 갱단이 주택을 불태우고 관개시설을 파괴하고 있으며 곡식과 가축을 약탈하고 농부들에게 이른바 "세금"까지 요구하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설명했다.
유엔은 그동안 주요 도로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갱단들이 이제는 주거지역까지 공격해 납치와 성폭력을 자행하고 있으며 몸값을 노린 납치와 고문 사건도 빈발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유엔은 폭력 사태가 격화하면서 피해자들에 대한 인도주의적인 구호 활동이 제한되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들도 보복에 대한 두려움과 경찰에 대한 불신으로 선뜻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아이티의 절반에 가까운 지역에서 기아 문제가 심각한 상태일 것으로 보고 있다.
폴커 투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아이티 상황이 재앙적인 수준까지 악화했다면서 유엔이 승인한 다국적 경찰 병력을 가능한 한 빨리 아이티에 배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달 케냐가 주도하는 경찰력 투입 방안을 승인하는 내용의 결의를 채택했다.
결의는 다국적 경찰이 공항이나 항구, 학교, 병원 등 주요 인프라를 보호하고 아이티 경찰과 함께 '표적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이티는 2021년 조브넬 모이즈 당시 대통령 암살 사건 이후 행정부와 입법부가 무력화된 상태에서 갱단이 활개를 치면서 대혼란에 빠졌다.
또 2004∼2017년 질서 유지를 위해 아이티에 주둔한 다국적 유엔 아이티 안정화지원단(미누스타·MINUSTAH) 중 일부 국가의 단원이 미성년자 등을 상대로 성 착취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큰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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