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휴전에 엇갈린 의견 "연장 압박해야…하마스의 대승"
"양측, 휴전 연장 안 할 이유 많아"…"이대로 가면 다른 위기 뿌리 자랄 것"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인질 석방에 결함…휴전 영구화는 하마스 전략"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나흘간 휴전에 합의하고 인질을 석방하기 시작한 가운데 휴전 연장을 압박해야 한다는 의견과 하마스에 생명줄을 쥐여주면 안 된다는 지적이 엇갈리고 있다.
가디언지는 24일(현지시간) 외교관들은 휴전이 끝나기 전에 연장 계획이 발표되기를 바라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을 연장하지 않을 이유가 많다고 진단했다.
우선 하마스로선 인질을 모두 풀어주면 이스라엘에 쓸 지렛대가 없어진다고 가디언지는 분석했다.
또, 양보를 너무 많이 하다가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 등 다른 무장정파의 지지를 잃는 것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로선 하마스를 그대로 둔 채 휴전을 하는 것은 완전한 승리를 하겠다는 자신의 다짐과는 배치되는 것이라고 가디언지는 설명했다.
또 이 정도 결과로 합의했다가는 극우세력이 연정에서 빠져나가고, 그 결과 선거를 치르게 되고 결국 대패할 것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연장을 요구하는 측에서 쓸 카드는 이스라엘 인질 가족들의 압박과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 요구뿐이라고 가디언지는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휴전 기간에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에 관한 내용이 더 많이 알려지고 이는 국제사회 항의를 더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가디언지는 외교가에선 이스라엘 내 의사결정 구조에서 핵심이 전쟁 내각, 총리실, 모사드 정보기관이고, 이중 모사드는 휴전 연장을 지지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본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쟁 결과에 상관 없이 정치생명이 끝났으며, 합의해야 레거시가 더 잘 보존될 것이라고 직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고 말했다.
다만 그러려면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의 미래 안보를 책임지겠다는 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가디언지는 짚었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이날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요구하면서도 아랍 평화유지군을 언급한 것은 진전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가디언지는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지구의 미래에 하마스의 역할을 배제했는데 이를 위해선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를 장악한 정파 파타와 하마스간의 화해를 되살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폭력을 멈추려면 팔레스타인의 정치 지도력을 회복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날 '매우 필요한 휴전'이라는 제목의 논설에서 이런 외교적 돌파구를 낭비하면 안 되며, 인질이 풀려나고 가자 주민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휴전 연장을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FT는 이스라엘로선 좀 더 현실적인 목표는 하마스가 위협을 가하지 않도록 하는 것으로, 하마스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가자지구를 파괴해야만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FT는 이스라엘은 하마스 제거 이후 상황을 두고 진지한 고민이 없어 보이며, 미국은 PA가 가자지구로 이동하는 방안을 제안했는데 이는 실제론 비현실적인 것으로 판명 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FT는 이스라엘이 지금 경로대로 간다면 남은 것은 황무지뿐이고, 여기선 다음 위기의 뿌리가 자리 잡기 시작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반면 텔레그래프지는 '휴전으로 하마스에 생명선을 줘선 안 된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테러범들을 무력화시키지 않고선 항구적 평화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텔레그래프지는 하마스가 생존할 방법은 이스라엘이 국제사회 압력으로 인해 작전을 중단하는 경우뿐이라고 말했다. 또, 이스라엘은 휴전이 오래갈수록 테러리스트 소굴을 파괴할 지원을 받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대승을 거뒀다'는 제목의 텔레그래프지 기고문에서 하마스 50명 인질 석방과 이스라엘 150명 범죄자 석방은 비율이나 대상자 등에서 모두 치명적 결함이 있다고 비판했다.
볼턴 보좌관은 하마스가 휴전 기간에 다음 공격을 준비할 테고 이스라엘은 더 빨리 진격하고 많이 기습할 기회를 잃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휴전 중에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인도적 구호가 급증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 물품이 하마스 손에 들어가 테러를 지원할 수 있다고 볼턴 보좌관은 주장했다.
휴전 영구화는 하마스의 전략이며, 이와 관련해서 이스라엘이 받는 압박은 더 커질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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