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우크라 지원 제동" 거부권 내비친 헝가리에 고심
EU 지원기금 동결 두고 갈등…EU 상임의장, 다음주 헝가리행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 회원국이면서도 EU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대(對)러시아 제재에 제동을 걸겠다면서 거부권을 만지작거리는 헝가리를 놓고 EU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EU에 따르면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27일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와 양자 회동을 위해 헝가리를 방문한다.
EU 대변인은 구체적인 배경 설명 없이 이번 방문이 내달 중순으로 예정된 EU 정상회의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만 말했다.
그러나 이번 방문을 두고 오르반 총리가 EU 정상회의에서 논의될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암시하면서 황급히 그를 설득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오르반 총리는 지난주 16일 미셸 상임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향후 전략에 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EU 이사회(정상회의)는 제안된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보장 및 추가 재정 지원, 제재 강화, EU 회원국 확장에 관해 중대 결정을 내릴 입장이 못 된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27개 회원국 중 드물게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인 헝가리는 이미 여러 차례 EU 차원의 우크라이나 결정이나 대러시아 제재에 문제를 제기해왔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에 지원된 EU 자금이 효율적으로 사용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지원을 반대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EU 안팎에서는 오르반 총리가 자국에 대해 기금 지원을 중단하려는 EU의 양보를 받아내기 위해 우크라이나 지원 거부라는 카드를 지렛대로 쓰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U는 애초 2027년까지 헝가리에 총 220억유로(약 31조 4천억원)를 결속 기금(Cohesion Funds)으로 배정하기로 했었다.
이 기금은 EU 회원국 간 경제 불균형 해소 등을 목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이 전체 평균에 못 미치는 저성장 국가에 지원하는 돈이다.
그러나 헝가리가 사법부 독립 침해 등으로 EU가 중시하는 법치주의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기금 지급이 무기한 보류됐다.
코로나19 팬데믹 피해 회복을 위해 헝가리에 배정된 기금 104억 유로(약 14조 8천억원) 역시 유사한 이유로 동결됐다.
다만 집행위는 전체 배정된 코로나19 회복 기금 가운데 일부인 9억 유로(약 1조 3천억원) 지급을 전격적으로 승인했는데, 내달 정상회의를 앞두고 헝가리를 다소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EU는 내달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500억 유로(약 71조4천억원) 규모 장기 지원 패키지를 논의하고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협상 개시 합의도 시도할 계획이다.
EU 차원의 결정을 내리려면 회원국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 헝가리의 단 1표가 '키'를 쥐고 있는 셈이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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