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사이언스] 한영 정상 언급한 전파망원경 'SKAO' 한국도 이름 올릴까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22일 '다우닝가 합의'에 서명한 가운데 "한국이 국제 전파 망원경 구축 협력 협정에 서명할 기회를 갖기로 고대한다"는 내용이 담겨 세계 천문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는 완공 시 세계에서 가장 성능이 뛰어난 전파망원경이 될 '스퀘어 킬로미터 어레이 천문대(SKAO)' 프로젝트를 언급한 것으로, 한국도 여기에 참여해 우주의 기원을 밝히는 연구에 동참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 구상에 30년 걸린 대륙 걸친 대형 프로젝트…우주 생성 연대기 알아낸다
SKAO는 구상에만 약 30년이 걸린 대형 프로젝트로 우주에서 방출되는 저·중 주파수 전파영역 전자기파 관측을 통해 우주의 생성 과정 등을 밝혀내는 게 목표다.
지난해 12월 첫 착공에 들어가는 등 건설 초기여서 정확한 총건설비가 나오지 않고 있지만 2020년 추산 당시 2030년까지 망원경을 건설하는 데만 19억 유로(2조7천100억원)가 들 것으로 추산됐다.
SKAO는 호주에 만들어진 'SKA-로'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지어지는 'SKA-미드', 고성능 슈퍼컴퓨터로 데이터를 종합하고 분석할 SKAO 영국 글로벌 본부로 구성된다.
50∼350㎒의 비교적 낮은 주파수를 담당하는 SKA-로는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에 들어서며 크리스마스트리처럼 생긴 소형 안테나 13만1천72개가 512개 기지국으로 나뉘어 설치된다.
기지국 간 최대 거리가 65㎞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다.
상대적으로 높은 350㎒∼15.4㎓ 중간 주파수를 담당하는 SKA-미드는 접시 안테나 197개로 구성된다. 안테나 간 최대 거리가 150㎞다.
여기서 나오는 빅데이터만 한 해에 최소 350 PB(페타바이트)로 추정되며 이들 데이터는 세계 곳곳의 데이터센터에 보관되어 연구에 쓰이게 된다.
계획대로 완공되면 SKAO는 현존 최고 성능 시설보다 해상도와 속도, 감도 면에서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하는 망원경이 된다.
천문학계는 SKAO가 건설되면 우주 전체 물질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수소가 방출하는 전파 영역을 세세히 들여다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우주에서 수소들이 어떤 식으로 퍼져 왔고 변화해 왔는가를 측정할 수 있게 되면 빅뱅 이후 어떻게 천체가 만들어졌는지 등을 연대별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오세헌 세종대 물리천문학과 교수는 "우주는 에너지가 70%를 채우고 있고 물질이 30%를 채우고 있는데, 이중 일반물질이 4~5%"라며 "이 물질 대부분이 수소고, 수소가 어떻게 분포돼 있고 변화해 왔는가 양을 측정하는 데 천문학자들은 큰 관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 2조7천억 넘는 초대형 프로젝트, 한국 참여시 1.4% 할당 예산 내야
영국이 이번 합의에 SKAO를 적시한 것은 엄청난 비용이 드는 초거대 국제 프로젝트인 만큼 한국의 협력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영국은 이번 합의에 대해 정부 자료를 통해서도 "한국이 동참하게 되면 세계 과학계와 더욱 강력한 유대관계를 구축할 기회가 될 것"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SKAO 본부를 갖고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영국은 2억7천만 파운드(약 4천426억원)를 투입하기로 한 상황이다.
현재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정회원국은 호주, 중국, 이탈리아, 네덜란드, 포르투갈, 남아프리카공화국, 스위스, 영국, 스페인 등 9개국이다. 반면 한국은 옵저버 국가로 아직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는 않다.
SKAO 프로젝트에 참여하려면 국제천문연맹(IAU)이 국가별 국내총생산(GDP) 등을 반영해 정한 할당 비율에 맞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프로젝트의 1.4%를 내야 하는 만큼 최소 30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SKAO는 정회원에게 프로젝트에 수반되는 공사와 장비 수주 우선권 등을 부여하며 산업 육성을 돕는 방식으로 일부를 돌려준다는 계획이다.
오 교수는 "사막에 안테나를 짓고 전력 시설을 만들거나 하는 데 산업체가 참여하게 된다"며 "한국도 참여한다면 저주파수 네트워크나 광통신, 안테나 유지보수 등에 경쟁력을 갖고 있어 프로젝트 지불 비용의 30~40%는 국내 산업계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년 전부터 한국이 어느 부분에 참여할 수 있는지, 국내외 연구 동향은 어떤지 사전 기획연구를 진행해 대략적 수치들을 파악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한국 천문학계, 2009년부터 참여 방안 논의…"건설·IT 강한 한국 위상 높아"
대통령의 입에서 SKAO가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국내 천문학계는 오랜 기간 준비를 해왔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국은 천문학자 약 30여 명을 주축으로 2009년 'SKA 코리아 워킹그룹'을 구축해 지난 10여년 간 한국의 SKAO 참여 방안을 논의하고, 이를 활용한 과학 연구 활동을 계획해왔다.
2019년에는 한국천문연구원이 SKAO 참여의향서를 전달했고, 지난해에는 SKAO 사무총장이 한국을 방문해 실무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정부도 지난해 12월 발표한 '제4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서 SKA 건설사업에 참여해 기술 개발과 관측 접근권을 우선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2024년 신규 사업에 착수하고 SKAO 정회원 가입도 병행 추진하겠다는 내용의 계획도 함께 담겼다.
연구자들도 지난해부터 한국연구재단의 해외 대형연구장비 활용지원사업을 통해 관련 연구 계획을 구성하고 있다.
특히 최근 대형 천문학 프로젝트에는 대규모 건설 사업이 수반되고, 빅데이터를 다루는 데이터센터 기술도 중요해지면서 관련 분야에 강점이 있는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고 천문학계는 설명한다.
오 교수는 "한국이 정보기술(IT) 등에서 앞서 있어 데이터센터 기술 등에 강점이 있는 만큼 천문학 프로젝트에서 참여 러브콜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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