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대주주 심사 2주 만에 '뚝딱'…방통위 이동관호 속사정은
통상 서너 달 걸리던 전례와 큰 차이…"최초 승인 때 정보주권 고려"
취임 후 이슈 주도했지만 가짜뉴스 근절·보도채널 최대 주주 변경서 '잡음'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방송통신위원회가 공론 형성에 주요한 기능을 하는 보도전문채널의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을 서두르고 있다.
방통위가 졸속 심사 우려 속에서도 연합뉴스TV 등 최대주주 변경 건을 극비리에 시급한 일정으로 추진하는 데는 탄핵안 발의가 예고된 이동관 방통위원장의 정치적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 신청 2주 만에 의결 전망…"부실 경영 시 심사위와 방통위 책임"
24일 방통위 등에 따르면 을지학원이 지난 13일 방통위에 신청한 연합뉴스TV 최다액출자자 변경 신청에 대한 심사는 전날 시작됐으며 이날 사업자 의견 청취 후 25일 끝날 예정이다.
심사 후에는 사무처 안건 작업을 거쳐 이르면 27일 또는 28일 전체 회의에서 의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을지학원이 신청 접수한 지 2주 만이다.
방송사 최대 주주 변경 심사는 최소 석 달은 소요되는 게 일반적이다.
YTN의 경우도 공기업의 지분 매각 이슈는 오래 전부터 논의가 있었다는 점에서 연합뉴스TV와는 상황이 다소 다르긴 하나 인수자로 나선 유진이엔티가 지난달 말 급작스럽게 등장했다는 점에서 검증할 시간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영재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는 "2010년에 정부가 연합뉴스에 방송 채널을 허가한 것은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의 동영상 뉴스 서비스를 통해 국가 경쟁력, 정보 주권을 제고하려는 고려도 포함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는 국가에 도움이 되는 연합뉴스TV 등 공영 제도의 이점을 한꺼번에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절차상으로도 하자가 있기 때문에 밀어붙인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라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원과 언론중재위원을 지낸 김창룡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석좌교수도 심사위원회 졸속 구성과 방통위의 비정상적 상황을 지적했다.
김 석좌교수는 "심사위원으로 선정한 교수나 변호사에게 이해관계가 있으면 안 돼서 그런 사람들을 다 제외해야 하니 보통 심사위 구성에도 오래 걸린다. 또 지금 방통위원 중에도 YTN과 이해충돌이 있는 사람이 있다"며 "보도채널을 민간업자에 넘기면 방송의 신뢰성이 다 무너질 것이다. 절대 서둘러선 안 된다"고 밝혔다.
◇ '큰 존재감'으로 이슈 주도…탄핵 예고에 고삐 죄자 '잡음' 커져
오는 28일 취임 3개월을 맞는 이 위원장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존재감이 큰 위원장으로서 국무회의에 배석하며 가짜뉴스 근절 등 정국 이슈를 주도했으나, 규제 행정기관으로서 정교하지 못한 업무 처리로 정부 여당과 관계기관 및 조직 내부에 부담을 준 측면도 크다.
서둘렀던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 등 해임 건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됐고 곧바로 항고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재항고로도 뒤집기 어려운 분위기다.
가짜뉴스의 경우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뉴스타파 '신학림-김만배 허위 인터뷰' 인용 보도들을 제재했을 때까지는 비교적 순조로운 편이었으나, 인터넷 언론까지 심의를 확장하자 국정감사에서 논쟁이 가열됐다. 이 문제는 이 위원장 탄핵안 발의 추진에 방아쇠 역할도 했다.
여당에서는 필리버스터 철회 카드로 야당의 이 위원장 탄핵안 발의를 한 차례 막았지만 오는 30일 다시 발의가 예고돼 정부와 여권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위원장이 급히 카드로 내민 보도채널 대주주 변경 문제도 논란만 키웠다.
방통위가 30일 전 의결할 의지를 보이는 가운데 사회적으로는 물론 정부 여당에서조차 YTN 인수에 나선 유진이엔티와 연합뉴스TV 최대 주주를 노리는 을지학원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볼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후폭풍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권에서도 여론 조성에 큰 역할을 하는 보도채널의 최대 주주가 바뀌는 문제는 총선을 불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주요 이슈로 부각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방통위 내부에서도 노심초사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 문제로 장기간 검찰 수사를 받아 관련 직원들은 구속되고 위원장은 면직되는 등 '식물 상태'에 빠졌던 구성원들은 이 위원장의 탄핵안이 통과된다면 또다시 수개월간 업무정지 상태를 겪을 수밖에 없다.
방통위 한 관계자는 "민감한 안건들이 '시한'을 박아두고 진행되는 데다, 야당에서 직원들에 대해서까지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하니 뒤탈이 생길 경우 또 모든 책임을 공무원들이 뒤집어쓸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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