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그림자금융' 중즈그룹 초과채무 40조원…"자산 두배 빚더미"
투자자에 '사과 편지'…"자구책 효과 기대 이하·유동성 고갈"
금융위기 확산 우려…홍콩 매체 "약해진 중국 경제에 도전"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중국 부동산 침체가 계속되면서 대형 개발업체들의 '그림자 자금줄' 역할을 했던 중즈(中植)그룹이 총자산의 두 배가 넘는 한화 40조원 이상의 빚더미에 오른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중국부동산보(中國房地産報)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중즈그룹은 전날 소셜미디어(SNS) 공식 계정에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사과 편지'를 게시하고 "그룹은 조직과 메커니즘 조정으로 경영난을 반전하기 위한 일련의 자구 조치를 취했지만 효과는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중즈그룹은 이어 중개기관을 통해 전면적으로 자산 심사를 한 결과 총자산의 장부상 금액은 2천억위안(약 36조4천억원)으로 추산됐고, 증거금을 제외한 부채 원리금 규모는 4천200억∼4천600억위안(약 76조4천억∼83조7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자산총액을 넘어선 초과채무가 2천200억∼2천600억위안(약 40조∼47조원)이 되는 셈이다.
중즈그룹은 "그룹 자산이 채권·주식 투자에 집중돼 있는데, 청산이 어려워 회수 가능한 금액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동성이 고갈됐고 자산 감가 상황이 심각하다"고 썼다.
이어 중즈그룹은 "1차 실사 결과 그룹은 이미 심각한 초과채무 상태로 중대하고 지속적인 경영 리스크가 존재하고, 단기간에 채무를 상환하는 데 쓸 수 있는 자원이 전체 채무 규모보다 훨씬 적다"고 말했다.
중즈그룹은 1995년 설립된 뒤 한때 자산 규모 1조위안(약 182조원)의 대기업으로 성장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올해 들어 위기설에 휩싸였다. 8월 중룽신탁 등 중즈그룹 산하의 4대 자산관리회사가 투자금 지급을 연기하면서다.
기업 규모에 비해 잘 알려지지는 않았던 중즈그룹이 관심을 끈 것은 이 회사가 중국 '그림자 금융' 시스템을 상징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림자 금융은 은행처럼 신용을 창출하면서도 은행과 같은 규제는 받지 않는 금융기업이나 금융상품을 일컫는다. 중국의 그림자 금융 규모는 총 3조달러(약 4천조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중국 투자업계는 오랜 기간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자금조달원 역할을 해왔다. 은행에서 직접 돈을 빌리지 못하는 중소기업이나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출을 제공하지만 금융규제의 사각지대에 있어 오랜 기간 중국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돼왔다.
중즈그룹 역시 중국 부유층이나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기업들에 투자상품을 판매해 확보한 자금을 부동산 개발업체 등에 빌려주는 그림자 금융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그런데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 등이 잇따라 채무 불이행 문제에 직면하면서 수많은 고객을 보유한 중즈그룹에도 위기가 전이되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그림자 금융 산업을 흔드는 유동성 위기가 더 넓은 금융 분야의 위기를 촉발하고, 이미 약화한 중국 경제에 도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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