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력자 취업난' 중국, 대학원 시험 응시자 9년 만에 감소
내년도 시험 응시자 전년比 7.6%↓…"고학력, 취업 보증수표 아냐"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청년 실업률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등 고학력자 취업난이 가중하는 중국에서 대학원 시험 응시자가 9년 만에 감소했다.
23일 중국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최근 마감한 2024년도 전국 석사 연구원생(대학원생) 모집 시험 응시자가 438만 명으로 집계돼 전년도보다 7.6% 감소했다.
중국 대학원 시험 응시자가 감소한 것은 2015년도 모집 시험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2010년도에 141만 명에 불과했던 대학원 시험 응시자는 이후 꾸준히 늘다 2014년도와 2015년도 2년 연속 감소한 이후 2016년도부터 다시 늘기 시작했다. 2017년도(201만 명)에는 200만 명을 넘어섰다.
이어 2020년도(341만 명) 시험 응시자는 300만 명을 넘어섰고, 2022년도(457만 명)에는 4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급증세를 보였다.
작년 12월 치러진 2023년도 대학원 시험 응시자 474만 명으로 작년 대학 졸업생(1천76만 명)의 44.1%를 차지했다.
그러나 2023년도 응시자는 전년도보다 4% 느는 데 그쳐 증가세 둔화 조짐을 보였고, 내년도 시험 응시자는 2년 전인 2022년도 응시자 수를 밑도는 수준으로 급감했다.
과거 대학원 응시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이유는 고학력자일수록 대우가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졸업하고도 직장을 구하지 못한 대학생들이 진학을 선택하면서 대학원 문턱이 높아져 3수, 4수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3년간 지속한 코로나19 확산과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경제 침체의 영향으로 석사 이상 고학력자들조차 변변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게 되자 대학원 진학 열기가 수그러들고 있다.
지난해 인구 15만 명에 불과한 저장성 쑤이창현이 선발한 24명의 신규 공무원 가운데 상하이 교통대 등 명문대 출신 석·박사생들이 대거 합격해 화제가 됐다.
당시 소셜미디어(SNS)에는 "석·박사생들도 취업 못 하기는 마찬가지"라며 "말단 공무원을 할 바에야 돈과 시간을 들여 학력 스펙을 쌓을 이유가 없다"는 글들이 잇따랐다.
지난 6월 청년 실업률이 21.3%를 기록,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올해 들어 대졸 이상 고학력자들의 취업난이 더욱 심화했다.
이에 따라 석사 학위를 따고도 음식점 종업원이나 배달 기사로 취업하거나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전업 자녀'들까지 나타나면서 고학력이 더는 취업의 보증수표가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했다.
중국 교육 전문가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 한 대학생들이 대학원으로 몰리면서 '학력 인플레이션'이 심화해 고학력자들도 구직난에 직면했다"며 "산업 현장은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데 고학력자들은 과잉 배출돼 취업을 못 하는 고용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내년도 중국 대학원 진학 시험은 전국적으로 다음 달 23∼25일 치러진다.
pj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