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서 성소수자 '무지개 깃발' 든 이스라엘 병사
"가자지구 성소수자 해방" 주장하며 SNS에 게시
LGBTQ 커뮤니티 "역겨운 사진"…'핑크워싱' 비판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작전지역에서 성소수자(LGBTQ) 지지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펼쳐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서는 한 이스라엘 군인이 찍힌 두 장의 사진이 확산했다.
한 장은 폐허가 된 가자지구를 배경으로 전투헬멧을 쓴 이스라엘 군인 요아브 아츠모니가 무지개 깃발을 들고 웃는 모습이 담겼다.
이 깃발에는 '사랑의 이름으로'(In The Name of Love)라는 문구가 영어와 아랍어, 히브리어로 쓰였다.
다른 한 장의 사진은 탱크 앞에 선 아츠모니가 무지개색으로 장식된 이스라엘 국기를 든 모습이다.
이들 사진은 지난 13일 영국의 유명 각본가인 리 컨이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초 게시물에서 "해방, 가자지구에 이 '프라이드' 깃발이 처음으로 게양됐다"고 썼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의 요아브 아츠모니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했던 것"이라며 "숨어있는 가자의 성소수자 공동체가 하마스로부터 자유롭게 살고 사랑할 수 있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외무부가 운영하는 공식 X 계정도 이 사진을 옮기며 "아츠모니는 평화와 자유를 요구하며 이 프라이드 깃발을 게양했다"라고 소개했다. 이 게시물은 이날 현재까지 1천670만여명이 조회했다.
이스라엘은 이슬람권인 다른 중동 국가와 달리 이 지역에서 성소수자에 대해 가장 관대하다.
이를 두고 아랍의 성소수자 커뮤니티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이 무지개 깃발 이미지를 활용, 이슬람주의를 표방하는 하마스와 차별화하려는 정치적 의도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고 AFP통신은 지적했다. 이슬람에서는 동성애 등 성소수자를 율법으로 금한다.
이스라엘 측이 가자지구 전투를 정당화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로 LGBTQ 인권 이슈를 끌어들이는 이른바 '핑크 워싱'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걸프지역서 활동하는 성소수자 지원단체인 알완 재단 설립자 나스 무함마드는 "이스라엘이 LGBTQ 인권을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무기로 사용하는 것 아닌가"라며 "무지개 깃발이 이 전쟁에 설 자리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흐마드 나우라는 가명으로 활동하는 팔레스타인 활동가는 "역겨운 사진"이라며 "성소수자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에 의존해야만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라샤 유네스 연구원은 "이스라엘이 자신의 이미지를 '핑크워싱'하기 위해 성소수자 인권을 트로이 목마처럼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컨과 아츠토미는 관련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AFP통신은 덧붙였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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