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해임부터 MS행까지…'챗GPT 아버지' 샘 올트먼 혼돈의 사흘
오락가락 관측 끝 복귀 불발…MS 나델라 "독립적 AI 연구팀 맡을 것"
'AI도 영리 사업' vs '신중한 기술발전' 화두로…"新 문화전쟁"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챗 GPT'의 아버지 샘 올트먼이 갑작스럽게 오픈AI CEO직에서 해임되고 불과 사흘 후 그의 마이크로소프트(MS) 합류 소식이 알려지기까지 전 세계의 관심이 올트먼의 거취에 쏠렸다.
짧은 시간동안 급박하게 전해진 올트먼의 해임과 복귀 소문, MS 합류 소식은 최근 AI의 빠른 발전과 그로 인한 우려와 관련한 논쟁을 반영한다.
◇ "MS도 1분 전 알아" 올트먼 전격 해임…복귀설도 '오락가락'
지난 17일(현지시간) 오픈AI 이사회의 올트먼 해임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오픈AI에 총 130억 달러(17조원)를 투자해 지분 49%를 보유한 최대 주주인 마이크로소프트(MS)도 올트먼의 해임 결정을 발표 1분 전에야 알게 됐고, 다른 투자자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그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구체적인 해임 사유도 알려지지 않아 직후 그 배경을 두고 회사 내 갈등, 가족사, 비위 등 각종 추측이 난무했다.
올트먼이 지속해 소통에 솔직하지 않아 이사회가 책임을 다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것 정도가 오픈AI 이사회가 내놓은 입장이었다.
MS·스라이브캐피털 등 오픈AI의 주요 투자자들은 해임 결정에 반발하며 올트먼의 복귀를 요구했다.
오픈AI의 일부 직원은 올트먼의 해임에 반발하며 이사회가 결정을 번복하지 않는다면 회사를 그만두거나 올트먼이 설립하는 새로운 회사에 합류하겠다고 했다.
올트먼의 복귀 여부를 놓고도 엇갈린 소식과 루머가 이어졌다.
오픈AI 이사회가 그를 해고한 지 하루 만에 복귀 여부를 논의 중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제이슨 권 오픈AI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올트먼을 복귀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임원진이 내일 오전 중으로 또 다른 업데이트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게다가 전날 오후 올트먼이 오픈AI 본사에서 회사 경영진과 만난 것으로 전해지면서 복귀 가능성에 점차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였다.
올트먼은 해임 후 48시간 만인 전날 오후 소셜미디어 엑스(X) 계정에 오픈AI가 사내 방문객에게 지급하는 출입증 목걸이를 착용한 자기 모습을 찍어 올리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착용했다"고 썼다.
이는 올트먼의 복귀부터 결별까지 극히 엇갈린 해석을 낳았다.
결국 올트먼의 빈자리는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인 트위치 공동창업자인 에멧 시어에게 돌아갔다.
MS 등 투자자들의 올트먼 복귀 요구에도 오픈AI 이사회가 시어를 CEO로 결정한 것은 이들 투자자에 대한 '신랄한 비난'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 올트먼, MS 합류…"독립 AI 연구소 맡을 것"
복귀가 불발된 올트먼은 MS에 합류한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자신의 X 계정을 통해 올트먼 전 CEO와 그레그 브록먼이 MS에서 첨단 AI 연구팀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나델라 CEO는 "시어와 오픈 AI의 새로운 리더십 팀을 알아가고 함께 일하기를 고대한다. 우리는 오픈AI와의 파트너십에 헌신하고 있다"며 오픈AI와의 협업을 이어 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나델라 CEO는 올트먼이 새 AI 연구소의 최고 경영자가 되고, 이 조직이 독립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나델라는 올트먼이 "혁신을 위한 새로운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AI 기술 개발에 신중해달라는 오픈AI 이사회의 희망과는 다른 방향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이에 대해 올트먼은 "임무는 계속된다"라는 아리송한 말만을 남겼다.
◇ "AI 위험성 둘러싼 견해차 때문"…오픈AI 독특한 지배구조도 주목
올트먼의 해임 배경을 둘러싸고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가운데 명확한 사유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다만, 블룸버그통신과 NYT 등에 따르면 인공지능(AI)의 위험성을 둘러싼 견해차가 올트먼의 해임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관련 업계에서는 AI 개발이 웹브라우저 이후 가장 중요한 신기술이라는 의견과 AI를 너무 빨리 개발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의견이 대립해왔기 때문이다.
올트먼과 이사회 사이에는 그간 AI 안전성과 기술 개발 속도, 사업화 등에서 이견으로 논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올트먼은 더 많은 자금을 투자받고 추가 수익원을 찾으려 했으나, 이사회 일부 구성원들은 이 같은 방향이 첨단 AI가 가져올 위험과 긴장 관계에 놓여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 회사 공동 창업자이자 오픈AI 이사회의 일원인 일리야 수츠케버와 올트먼 사이에 의견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츠케버는 올트먼이 AI의 위험성에 대해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채 오픈AI의 사업을 구축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고 우려했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이번 올트먼 해임 사태에 대해 "AI가 가장 큰 사업 기회라고 믿는 사람들과 너무 빠른 기술 발전은 위험하다고 믿는 사람들 사이의 해묵은 갈등을 주목받게 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아울러 AI에 대한 두려움에 기인한 철학적 운동이 어떻게 테크 문화의 피할 수 없는 일부분이 됐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오픈 AI의 독특한 지배구조와도 관련이 있다.
회사의 경영진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이사회는 비영리단체이며, 투자자들은 공식적으로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오픈AI 이사회는 일리야 수츠케버 수석 과학자를 비롯해 소셜 지식공유 플랫폼 쿼라 CEO 애덤 디엔젤로, 기술 사업가 타샤 맥컬리, 조지타운 보안 및 신흥 기술 센터의 헬렌 토너 등으로 구성돼 있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등과 비견되는 올트먼은 2015년 그레그 브록먼, 수츠케버 그리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과 함께 오픈 AI를 설립했다.
이들은 구글과 다른 거대 기술 기업과 달리 비영리 단체로 오픈 AI를 운영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 2018년 머스크가 오픈AI를 떠난 뒤 올트먼은 회사를 영리 회사로 전환했고 수십억달러를 투자받았다.
dy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