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안지구도 사실상 봉쇄 "팔 주민, 40일간 학교·직장 못 가"
최악 통행금지로 물과 음식도 얻기 어려워
"문도 창문도 못 연다…자유 박탈된 채 공포 속에 살아"
(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가자지구를 공격하는 이스라엘군이 요르단강 서안 일부 지역도 사실상 봉쇄하면서 무고한 팔레스타인인들까지 고통받고 있다고 영국 BBC가 19일(현지시간) 전했다.
BBC는 이스라엘군이 지난달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헤브론 H2 지역에 20여년 만에 가장 강력한 통행금지령을 내리면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연좌제를 적용한다는 비판이 이스라엘에서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헤브론 H2 지역에는 팔레스타인인 3만9천명과 이스라엘 정착민 900여명이 살고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관할권을 가진 H1과는 달리 이스라엘군이 치안을 담당하는 지역이다.
이곳에 자리 잡은 이스라엘 정착민은 극우적인 성향인 만큼 팔레스타인인과 충돌도 빈발한다.
정착민 무장을 주장하며 소총을 나눠주고 있는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 장관도 H2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이스라엘군 검문소가 몰려 있는 H2 지역 내 슈하다가(街) 인근에 사는 파와즈 카피샤(52)는 이스라엘군 감시에 집의 문을 여는 것은 물론 창문 옆에 서 있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피샤는 창문 밖도 마음대로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우리는 자유를 박탈당한 채 공포 속에 살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요리사로 일했지만 지금은 통행금지령으로 일도 할 수 없다.
수입이 끊기면서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 살고 있지만 이마저도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인근 이브라히미 모스크로 이어지는 슈하다가는 한때 가장 번화한 팔레스타인 시장이 있던 곳이다.
그러나 1994년 이스라엘 극단주의자가 29명의 이슬람교도를 학살한 데 격분한 팔레스타인인들의 폭동이 일어난 이후 지난 수십 년간 폭력과 긴장 상태가 이어졌으며 양쪽의 테러 공격이 잦은 편이다.
헤브론 토박이인 즐리칸 모타셉(61)은 수많은 일을 겪었지만 이번처럼 힘든 시기는 없었다고 토로했다.
여행 가이드인 모타셉은 하마스의 기습공격이 있었던 지난달 7일 이후 2주 동안은 집 밖 이동이 전면 금지됐다가 나중에 화, 목, 일요일의 특정 시간대에만 이동이 허락됐다면서 처음 2주는 지옥과도 같았다고 돌아봤다.
모타셉은 모두가 이스라엘도 자신들을 지킬 권리가 있다고 말하지만 수도 없이 공격받고 수많은 사람이 희생된 팔레스타인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병원 경비인 무함마드 모타셉(30)은 이스라엘군 검문소에 완벽히 둘러싸여 있는 곳에 살고 있다면서 직장에 나갈 수도 없으며 아이들도 학교에 못 가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인권 단체인 비티셀렘(B'Tselem)의 드로르 사도트 대변인은 H2 지역 봉쇄는 이스라엘군이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연좌제를 적용하고 있다는 노골적인 사례라고 비판했다.
사도트 대변인은 헤브론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직장과 학교에 가지 못하고 물과 음식도 얻기 힘든 상황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면서 제법에서 금하고 있는 연좌제라고 성토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보건부에 따르면 서안지구에서는 지난달 7일 이후에만 팔레스타인인 200여명이 이스라엘 정착민이나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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