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60%, 3분기 영업이익 기대 이하…4분기 전망도 줄하향
유한양행·롯데관광개발 90% 이상 밑돌아…한화오션·한샘 '깜짝 실적'
반도체기업 실적 전망치 일제 상향…이차전지는 기업별 전망 엇갈려
(서울=연합뉴스) 이민영 기자 =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국내 상장사의 60% 이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성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6일까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국내 상장사 가운데 증권사 3곳 이상이 실적 전망치를 제시한 기업은 254개사이며 이 중 61%에 해당하는 156개사가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를 밑도는 영업이익을 냈다.
3분기 영업이익이 예상보다 가장 적은 기업은 유한양행[000100]으로 컨센서스(176억원)를 95% 밑도는 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유한양행은 라이선스 수익 감소와 일반의약품 실적 둔화, 경상연구개발비 증가 등으로 3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롯데관광개발[032350]의 영업이익은 3억원으로 컨센서스(46억원)를 92% 밑돌며 두 번째로 하회 폭이 컸다.
한올바이오파마는 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컨센서스(11억원)를 91.3% 밑돌았다.
이밖에 에스에프에이[056190](-91.1%), 호텔신라[008770](-88%), HD현대중공업[329180](-85%) 등이 뒤를 이었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수출이 개선되려면 미국의 내구재 소비 등이 증가해야 하는데, 서비스 중심의 소비 증가가 많아 3분기 한국 수출 물량이 많이 증가하지 않았다"며 "이에 더해 3분기 금리와 유가가 고공행진 하면서 전반적인 국내 기업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한화오션[042660]은 예상보다 큰 폭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한화오션의 3분기 영업이익은 741억원으로 컨센서스(35억원)의 21배에 달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화오션은 드릴쉽 중재 승소에 따른 환입금 반영, 상선 부문의 예정원가 감소 등으로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한샘[009240]의 영업이익은 49억원으로 컨센서스(4억원)의 11배에 달했으며 SK도 2조7천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컨센서스(1조3천억원)의 2배에 해당하는 실적을 냈다.
이어 한화시스템[272210](77%), 텔레칩스[054450](58%), 하이트진로[000080](56%) 등의 순이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보면 삼성전자[005930]의 3분기 실적이 컨센서스를 14% 상회했지만, SK하이닉스[000660]는 컨센서스 대비 적자 폭이 1천518억원 확대됐다.
이차전지 관련 종목인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POSCO홀딩스[005490]는 컨센서스를 각각 8%, 1% 상회했으나, 포스코퓨처엠은 44% 하회했다.
코스닥시장의 에코프로비엠[247540]과 엘앤에프[066970]도 시장 전망을 각각 51%, 30% 밑돌았다.
◇ 4분기 실적 전망치 0.5% 증가…상장사 58% 하향 조정
증권사 3곳 이상이 4분기 실적 전망치를 제시한 상장사는 245개인데 이 중 58%에 해당하는 143개사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종전보다 하향 조정됐다.
반면 30%에 해당하는 73개사는 영업이익 전망치가 상향 조정됐다.
이들 기업의 전체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총 41조2천억원으로 지난달 말 추정치(41조400억원) 대비 0.5% 늘었다.
실적 전망치가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곳은 효성화학으로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지난달 말(145억원) 대비 72% 줄어든 40억원으로 조정됐다.
엘앤에프는 68% 하향 조정돼 두 번째로 조정 폭이 컸으며 심텍(-66%), HMM[011200](-63%), 제주항공[089590](-48%)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실적 전망치가 가장 크게 늘어난 기업은 CJ ENM으로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380억원으로 지난달 말(289억원) 대비 31% 상향 조정됐다.
하이트진로 영업이익도 30% 상향 조정돼 두 번째로 조정 폭이 컸다.
이어 클리오(29%), 코스메카코리아[241710](28%) 등 화장품 기업들이 뒤를 이었다.
시가총액 상위 기업 가운데 반도체 기업들의 4분기 실적 전망치가 일제히 상향 조정됐다.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3조4천842억원으로 지난달 말(3조4천759억원) 대비 0.2% 상향 조정됐으며, SK하이닉스의 4분기 영업적자도 3천422억원으로 지난달 말(3천635억원 영업적자) 대비 213억원 축소됐다.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는 업체별로 차별화되는 흐름을 보였다.
3분기 실적 충격을 기록한 에코프로비엠의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지난달 말 대비 46% 하향 조정돼 이차전지 기업 중 엘앤에프 다음으로 하향조정폭이 컸다. POSCO홀딩스는 0.5% 하향조정됐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과 포스코퓨처엠은 각각 0.1%, 3.5% 상향 조정됐다.
◇ 전문가들 "4분기 반도체 실적 개선…이차전지는 부진"
전문가들은 4분기 반도체 중심의 실적 반등을 예상하면서 이차전지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전망을 유지했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금리와 유가 부담이 완화되고 수출 개선 등으로 국내 기업 실적이 개선되는 방향성 자체를 부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만 양적인 측면에서 실적이 얼마나 높은 레벨로 증가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수출 부문에서 반도체 업종이 개선되고 있어 방향성 회복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더불어 중국·미국 대상 수출 실적이 탄탄하고 미국 연말 쇼핑 시즌 소비를 기대할 수 있어 화장품주 실적 등도 나쁘지 않은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4분기에는 연초 최고경영자(CEO) 교체 등을 앞두고 손실 날 것을 쌓아놨다가 한 번에 털어내는 이른바 '빅 베스'(Big Bath)가 발생할 수 있어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최근 미국 소매 판매 지표나 소비심리 지표가 위축돼 소비에 대한 기대치도 낮아진 상황에서 4분기도 실적에 대한 눈높이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차전지는 중국 내 리튬 공급 과잉과 전기차 수요 회복 둔화로 4분기도 펀더멘털(기초 체력)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반도체 부문은 4분기 실적 개선이 예상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최선호주로 제시한다"며 "특히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사업 집중도가 높은 '퓨어 플레이어'라는 점에서 실적 개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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