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잉 타이거에 농부까지…시진핑 만찬에 모인 미중우호 인사들(종합)
中지원 美부대 '플라잉 타이거' 노병·오하이오주 농부들 만찬 참석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미국 기업인 만찬에 미·중 우호를 상징하는 인물들이 초청돼 눈길을 끌었다.
1940년대 중국에 비밀리에 파견돼 일본군에 맞서 싸웠던 '플라잉 타이거'(Flying Tigers·飛虎隊) 부대 노병과 40년 가까이 시 주석과 인연을 이어온 미국 오하이오주 농부들이 이날 만찬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저널(WSJ)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로 열린 이 만찬에 "양국의 역사적 협력을 상징하는 특별 게스트가 있었다"고 전했다.
중일전쟁이 한창이던 1941~42년 중국 편에서 싸웠던 미국인 조종사 중 한 명이 만찬에 참석했다는 것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시 주석이 만찬에 앞서 플라잉 타이거 부대 생존자와 2차 대전 당시 중국군과 긴밀히 협력했던 조지프 스틸웰 미군 대장의 후손 등과 만났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시 주석이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중국 국민은 '옛 친구'를 잊지 않는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만찬 연설에서도 플라잉 타이거를 미국과 중국의 외교관계가 공식적으로 시작된 시점으로 언급했다.
1941년 12월 진주만 공습 전까지 2차 대전에 본격 참전하지 않았던 미국은 중일전쟁 당시 미군 조종사들을 자원 의용군 형태로 중국에 보내 암암리에 중국의 항일전쟁을 지원했다.
이들은 중화민국 공군 소속으로 상당한 전과를 올렸고, 미국이 2차 대전에 참전한 뒤에는 미군에 통합됐다.
플라잉 타이거 출신 조종사 중 생존한 사람은 해리 모이어(103)와 멜 맥뮬런(98)이다. 시 주석은 지난달 말에도 이들과 가족을 베이징으로 초청해 "플라잉 타이거 정신이 대대로 전승되길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1985년 첫 미국 방문 당시 인연을 맺은 아이오와주 농부들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30대 초반이었던 1985년 허베이성 정딩현 당서기 자격으로 농업·목축 기술 견학차 미국을 처음 방문했다. 당시 시 주석은 허베이성과 자매결연을 한 아이오와주의 농촌 마을 머스카틴 주민들의 집에 머물렀다.
시 주석은 약 2주간 이곳에서 생활하며 미국인의 삶을 체험했다고 한다.
시 주석은 이날 만찬장에서 한 연설에서도 당시의 경험을 언급하면서 "이것은 내가 미국인과 처음으로 만난 것이고 미국인과 생활한 잊을 수 없는 경험"이라며 "나에게 있어선 그들이 미국이다"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국가주석이 되기 직전인 2012년에도 아이오와주 소도시 맥스웰을 찾아 직접 농업용 트랙터를 타보기도 했다.
시 주석은 이날 연설 분량의 상당 부분을 미국 국민에 대한 메시지로 채웠으며, 미국과의 통상관계와 관련해서는 거의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다.
아이오와 주립대의 조너선 하시드 정치학 교수는 시 주석이 농부들을 기업인 만찬에 초대한 건 그간 보여왔던 미국과 대립적인 기조에서 벗어나 우호 증진에 전념하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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