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비난' 전 필리핀 법무장관, 수감 6년 만에 보석 허가
故 아키노 시절 장관 지낸 데 리마, '마약과의 전쟁' 반대하다가 수뢰 혐의로 기소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이 주도한 마약과의 전쟁을 강하게 비난하다가 오히려 마약 관련 범죄 혐의로 수감된 레일라 데 리마(64) 전 법무부 장관이 6년 만에 보석으로 석방됐다.
14일 AFP통신 및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마닐라 법원은 전날 데 리마에게 보석을 허가했다.
재판부는 데 리마를 비롯해 함께 기소된 4명에 대해 "각각 보석금 30만페소(약 707만원)을 내라"고 판결했다.
인권 운동가이자 상원의원을 지낸 데 리마는 두테르테의 전임인 고(故) 베니그노 아키노 전 대통령 밑에서 법무장관을 지냈다.
데 리마는 두테르테가 취임 직후인 2016년 7월부터 전국 단위의 마약 범죄 소탕을 주도하면서 수많은 사상자가 나오자 이를 강하게 비판하다가 2017년에 오히려 마약 관련 범죄 혐의로 체포돼 구금됐다.
두테르테 치하 사법당국은 그가 법무장관을 지내던 시기에 마약상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이밖에 데 리마는 2개의 다른 마약 관련 범죄 혐의로도 기소됐다.
이에 맞서 데 리마는 두테르테 정권이 자신에게 보복하기 위해 혐의를 날조했다고 주장하면서 법정 투쟁을 계속해왔다.
이런 가운데 올해 5월 데 리마는 수뢰 혐의와 관련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당시 재판부가 데 리마의 수뢰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은 검찰 측 증인의 진술 번복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데 리마는 남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무기징역이 선고될 수도 있다.
데 리마는 법원의 보석 허가에 대해 "이런 날이 오도록 열심히 기도했다"면서 "죄를 짓지 않았는데도 감옥에 갇힌 것은 매우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각국 외교관과 정치인, 인권단체들은 지난해 6월 30일 취임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을 상대로 데 리마의 석방을 요구해왔다.
크리스핀 레물라 법무장관은 이날 법원의 결정에 대해 "우리나라에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걸 보여줬다"고 말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적용된 혐의가 조속히 기각되기를 바란다"면서 "향후 그를 수감한 세력을 상대로 정의를 구현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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