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 미수금 15조5천억원…3분기에 1천870억원 늘어(종합)
3분기 영업이익 2천304억원, 미수금 선반영 따른 '착시'
가스 수입가 오르는데 '물가 우려' 요금 동결…재무상황 개선 요원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도시가스 미수금이 15조원 넘게 쌓여 재무 상황에 빨간불이 켜진 한국가스공사[036460]가 올해 3분기에도 2천억원 가까운 미수금을 추가로 쌓았다.
가스공사는 13일 공개한 기업설명(IR) 자료에서 올해 3분기 말 기준 도시가스 민수용 미수금이 12조5천202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2천767억원 늘었다고 밝혔다.
도시가스용 미수금과 발전용 미수금을 합한 전체 미수금 규모는 지난 분기 15조3천562억원에서 이번 분기 15조5천432억원으로 1천870억원 증가했다.
미수금은 천연가스 수입 대금 중 가스 요금으로 회수되지 않은 금액을 말한다.
가스공사는 100억원에 구매한 천연가스를 50억원에 팔 경우 적자분인 50억원을 일단 '외상값' 성격의 자산으로 분류하고 나중에 가스요금 인상을 통해 회수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가스공사의 도시가스용 미수금은 2020년 말 6천억원대에 그쳤으나, 국제 가스 가격이 급등하는 흐름 속에 2021년 2조원을 넘긴 데 이어 작년 말 8조5천억원, 올해 상반기 12조원을 훌쩍 넘기는 등 폭증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3분기 수익 감소 원인의 하나로 미수금 확대에 따른 차입금 증가와 이자율 상승으로 인한 금융비용 증가를 꼽았다.
가스공사의 3분기 금융 손실은 1조238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4천488억원)와 비교하면 2.4배로 늘어났다.
가스공사는 동절기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정부의 정책도 수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동절기 취약계층에 대한 도시가스 요금 지원을 기존 9만6천원에서 최대 59만2천원으로 6배 이상 확대하는 정책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에 따라 가스공사의 수익성이 악화했다는 설명이다.
가스공사의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2천304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60.6%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번 영업이익은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1천551억원을 48.5% 상회한 것이다.
매출은 7조8천893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6.5% 감소했다. 순손실은 1천628억원으로 적자 폭이 축소됐다.
가스공사가 큰 미수금을 쌓고도 영업이익을 낸 것은 아직 현실화하지 않은 미래의 매출인 미수금을 수익으로 미리 반영해서 생기는 착시 현상 때문이다.
미수금을 적용하지 않는 일반적인 회계 기준을 적용한다면 가스공사는 3분기에 미수금 규모만큼의 적자를 본 것이 된다.
가스공사의 경영 상황은 당분간 개선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원가보상률이 80%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부채가 늘어나는 구조인 데다,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에너지 원자재 수입 가격이 오르며 요금 인상 압박이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국민 경제에 주는 부담을 고려해 가스요금 인상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지난 8일 정부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계획을 발표하면서 가스요금은 동결한다고 밝혔다.
당시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지난해부터 총 5차례 걸쳐 가스요금을 45.8% 인상해 국민 부담이 매우 커진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강 차관은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이나 재무구조를 면밀히 보면서 앞으로 종합적으로 인상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해 내년 요금 인상 가능성은 열어뒀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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