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교전중지 합의에도 미·이스라엘 파열음 여전
'매일 4시간 중지'…바이든은 "네타냐후에 사흘 이상 중지 요청"
인질 협상 진전 아직…가자지구 인도주의 상황에 대한 인식도 차이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중인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피란을 위해 매일 4시간씩 교전을 중단하기로 했으나, 이를 압박해온 미국과의 균열은 여전히 남은 모양새다.
미국 백악관은 9일(현지시간) 민간인들이 교전 지역에서 탈출하는 것을 돕기 위해 이스라엘이 매일 4시간씩 가자지구 북부에서 교전을 중지하기로 하고, 매일 교전 중지 3시간 전에 시행 시간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7일 전쟁이 시작되고 나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공습을 가하는 한편 지난달 27일부터는 지상 공격에 나섰다. 이에 가자지구에서 1만명 넘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에 인도주의적 휴전을 촉구해 왔으며, 우방인 미국은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지한다면서도 인질 석방과 구호물자 반입, 민간인 대피를 위한 교전 중지가 필요하다고 이스라엘을 압박해 왔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최고위급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가자지구 인도적 상황을 개선하도록 압박해 왔으며, 이번 발표는 수주간에 걸친 그같은 노력의 결과이자 작은 진전의 징후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군은 그동안에도 간헐적으로 공격을 중지했지만, 미국 당국자들은 이날의 합의로 교전 중단을 공식화·확대하고 대외적 공표로 이스라엘에 실행을 더 압박할 수 있게 됐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에게 하마스가 억류 중인 인질들의 석방을 위한 3일간의 교전 중단과 관련해 네타냐후 총리와 논의했다고 말했다. 어떤 경우에는 "훨씬 더 긴 중지를 요청했다"고도 말했다.
이날 피란민들을 위한 매일 4시간의 교전 중지는 합의를 이뤘으나,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한 수일간의 교전 중단에는 진전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날 카타르 도하를 방문해 다비드 바르니아 이스라엘 모사드 국장, 카타르 고위급과 만났다. 카타르는 인질 석방을 위한 하마스와의 간접 협상을 중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등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회의에서 공개적인 진전의 징후는 없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요청한 것을 그가 '더 들어주지 않은 데 실망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내가 바랐던 것보다 조금 더 오래 걸리고 있다"고 답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우리 생각에 (교전) 중지는 두어 시간보다는 긴 것"이라며 "상당량의 인도주의 물자가 이동할 수 있고 더 많은 외국 국적자들을 내보낼 수 있을 만큼 긴 하루 이틀"이라고 말해 미국이 기대하는 교전 중지가 이스라엘이 합의한 매일 4시간과는 다르다는 점을 확인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국내외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지렛대 역할을 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이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서는 이스라엘 최고위급이 "매우 어려운 가자지구 상황을 뚜렷이 개선할 수 있는" 강력한 인도주의적 지원 요소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8일에도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은 가자지구에 식량 부족이 없다고 부인했다.
미국 사회 내부에서도 가자지구 전쟁을 둘러싼 분열은 심화하고 있다.
친(親)이스라엘, 친팔레스타인 집회가 주요 도시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반유대주의 사건에 대한 우려도 증폭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가자지구 민간인들을 위해 이스라엘에 대한 지렛대 역할을 더하도록 요구하는 목소리와,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나오고 있다.
공화당 대선 주자 5명은 지난 8일 열린 TV 토론에서 한 목소리로 하마스 궤멸을 주장했는데, 이 자리에서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한 언급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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