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관객 앞이면 소년 합창단 '천상의 목소리' 더 좋아져"
덴마크 연구결과…"개구리 등 짝짓기 떼창과 유사" 분석도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청중석에 앉은 관객이 무대에 오른 가수나 연주자의 공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신체적으로 성숙한 소년 합창단의 경우 소녀 관객들이 있을 때 매력적으로 목소리를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덴마크 오르후스대학 연구팀은 유럽의 대표적인 소년 합창단 중 하나인 독일 성 토마스 합창단의 노래가 여성 청중이 있을 때 거의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아주 미세하게 다른 것 같다는 이 합창단 전직 단원의 이야기를 듣고 연구에 나섰다.
이 대학 피터 켈러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성 토마스 합창단 소년들에게 바흐가 작곡한 푸가와 합창곡을 부르게 했다.
한번은 전원 남성 관객들 앞에서, 또 한번은 청중석 맨 앞줄에 10대 소녀들을 앉게 한 뒤 노래하게 했다.
이후 녹음한 소년들의 목소리를 분석한 결과 15~16세 소녀들이 앞에 있을 때 약 3천Hz(헤르츠)의 주파수대까지 에너지를 발산하며 가창력을 높였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공연 후 인터뷰에서 소년들은 소녀들 앞에서 노래를 더 잘 부른 것 같다고는 했지만, 소녀들의 관심을 끌려고 노력했다고 한 소년은 없었다.
또 연구팀이 약 2천250명의 남녀에게 청중 중 소녀들이 있을 때와 없을 때 녹음한 소년들의 공연을 들려준 결과 남녀 참가자 모두 두 공연 사이의 차이를 느끼긴 했지만, 켈러 교수는 정말 미묘한 차이고 "잠재 의식적인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16~19세 사이 저음의 베이스 합창단원들 사이에서만 나타난 이번 연구결과는 개구리와 귀뚜라미에게서 흔히 관찰되는 행동과 비슷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개구리와 귀뚜라미는 짝짓기 위해 떼 지어 울어댈 때 무리 속에서 돋보이기 위해 울음소리를 바꾸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켈러 교수는 "한 무리의 사람들과 함께 일하지만 동시에 개별적으로는 이런 병렬적인 의사소통 채널을 갖고 '나를 선택하라!'라는 경쟁 신호를 보낸다"고 설명했다.
yunzh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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