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가자 최대 난민촌 공습에 민간인 사망 파장…이 "테러범 사살"
자발리아 난민촌 사망자 최소 50명…하마스 "400명 사상"
이스라엘 "하마스 지휘관 사살"…하마스는 "민간인 살상 핑계" 비난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전 확대로 인명피해가 크게 느는 가운데 이스라엘군이 3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최대 난민촌을 공습, 최소한 수십 명의 사망자가 나오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지휘관과 시설을 노린 공습이었다며 진화에 나섰으나, 아랍 국가들은 일제히 강하게 규탄했고 이스라엘 국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 "미사일 7∼8기 떨어져…거대한 구덩이 생기고 시신 널려"
로이터·AP·AFP통신과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가자지구 북부의 자발리아 난민촌에 이스라엘군이 공습을 가해 큰 폭발이 발생했다.
이에 따른 정확한 사상자 규모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하마스가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최초 집계 결과 주민 최소한 50명이 숨지고 150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또 수십 명이 더 건물 잔해 더미 밑에 깔려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마스도 성명에서 공습으로 400명이 숨지거나 다쳤다고 말했다.
인근 인도네시아 병원의 아테프 알 카흘루트 박사는 알자지라 방송에 "50명 이상이 숨졌다"며 전체 희생자 수는 아직 집계 중이라고 밝혔다.
이 병원에서는 흰 천에 싸인 채 바닥에 눕혀진 시신들과 다수의 부상자가 긴 줄을 이뤘고 병상이 모자라 많은 환자가 바닥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CNN 등은 전했다.
이 병원 의사 무함마드 알 판은 "부상한 피해자와 새까맣게 탄 시신이 수백구"라며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광경"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이 입수한 영상들에는 폭발로 현장에 거대한 구덩이가 여럿 생기고 일대 건물들이 무너져 건물 잔해가 쌓인 가운데 주민들이 필사적으로 생존자를 구출하고 시신을 수습하는 모습이 담겼다.
목격자 무함마드 이브라힘은 "빵을 사려고 줄을 서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아무 사전 경고 없이 7∼8기의 미사일이 떨어졌다"며 "땅에 7∼8개의 거대한 구덩이가 생겼으며, 모든 곳에 사망자 시신과 신체 조각이 널려 있었다"고 CNN에 말했다.
주민 무함마드 알 아스와드는 미사일이 떨어진 뒤에 현장으로 달려가 보니 "다친 아이들을 다른 아이들이 나르고 있었다"며 "사람 몸뚱이들이 건물 잔해 위에 널려 있었는데 그 중 다수는 알아볼 수 없었다"고 참상을 CNN에 전했다.
◇ 이스라엘군 "하마스 지휘관·시설 겨냥" vs 하마스 "민간인에 대한 범죄"
이스라엘군은 공습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하마스의 지휘관과 시설을 겨냥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성명을 내고 자발리아의 민간인 건물을 차지한 하마스 인프라에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지휘한 인물 중 하나인 자발리아여단의 지휘관 이브라힘 비아리를 비롯해 하마스 무장대원 수십 명을 이번 공습으로 사살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건물 밑의 땅굴 등 하마스의 지하 시설이 붕괴하면서 주변의 민간인 빌딩들이 무너졌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땅이 무너지도록 의도한 것은 아니다"라며 "문제는 하마스가 거기에 땅굴을 만들었고 거기서 병력을 운용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 조나단 콘리쿠스 중령은 "부수적인 피해와 비전투원 피해자가 있다는 보도가 많다"면서 공습에 따른 민간인 사망자 수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전에 전단, 소셜미디어, 라디오 방송 등을 통해 민간인들에게 해당 지역을 떠나도록 통보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하마스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우리 지휘관 중 이스라엘의 공습이 이뤄진 시간대에 자발리아에 있었던 이는 없다"며 "근거 없는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하마스 대변인인 하젬 카셈은 이스라엘이 하마스 지휘관 사살이라는 핑계를 대서 "자발리아 난민촌의 안전한 민간인과 어린이, 약자에 대한 극악무도한 범죄"를 정당화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 아랍국 거센 반발…이스라엘 인권단체도 비판
이번 공습에 대해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아랍 각국은 일제히 성명을 내고 강하게 규탄했다.
이집트는 성명에서 "주거 지역을 표적으로 삼은 비인간적인 행위"로서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중재 역할을 자임해온 카타르도 이스라엘이 중재 노력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의 나세르 카나니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야만적인 공격을 가장 강한 언어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제사회, 특히 유엔과 유엔 안보리가 국제적인 책임을 즉각 이행해야 한다"며 가자지구 공습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스라엘 인권단체 벳셀렘은 공습 직후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벌이고 있는 살상 규모가 소름 끼칠 정도라고 밝혔다.
또 "민간인을 표적으로 하는 것은 항상 금지되며 이스라엘은 이런 공격을 지금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 자발리아 난민촌은…1.4㎢ 공간에 11만명 밀집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 따르면 자발리아 난민촌은 가자지구 최대 난민촌으로 1948년 문을 열었다.
지난 7월 기준으로 UNRWA에 등록된 난민만 11만6천11명으로 실제 난민 수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규모의 인구가 약 1.4㎢의 공간에 몰려 있어 UNRWA는 극심한 공간 부족 상태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난민들이 극도로 밀집해 있어 이번 공습으로 큰 인명피해가 난 것으로 보인다.
난민촌 안에는 UNRWA의 시설물이 32곳에 이르며, 16개 학교 건물에 26개 학교가 입주해 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로 실업률이 치솟으면서 난민 다수가 유엔 식량지원에 의존해 연명하고 있다. 또 물의 90%가 사람이 사용하기에 부적절할 정도로 기본 위생 문제가 심각하다고 UNRWA는 전했다.
jh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