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전쟁 돈벌이'에 신난 월가 은행들 눈총…"하마스가 수요 창출"
모건스탠리 등 방산주 수혜 기대감…"이 기회, 언제 매출로 전환되느냐"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으로 인명피해와 인도적 위기가 극심해지는 와중에 미국 월가 투자은행(IB)들이 전쟁으로 인한 방위산업 수요 증가 기대감을 숨기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하마스가 지난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직후 우주항공·방위산업 분야 상장사들의 시가총액이 약 7% 증가한 가운데 미국 백악관이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등으로 총 1천60억 달러(약 143조원) 규모의 안보 예산을 요청하면서 주요 IB들이 잇따라 방산주 수혜를 거론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의 우주항공·방위산업 애널리스트인 크리스틴 리왝은 이달 24일 미국 방산기업 RTX(옛 레이시언)의 실적발표 전화회의에서 최근 백악관이 요구한 안보예산과 관련해 "이 금액이 책정되면 회사가 얼마나 이 기회를 다룰 수 있겠느냐. 가장 이르면 언제 이 기회가 매출로 전환될 수 있겠느냐"고 RTX 측에 질문했다.
이에 그레그 헤이스 RTX 최고경영자(CEO)는 "레이시언의 전체 사업 포트폴리오 전반에 걸쳐 미국 국방부의 전체 예산 증가(에 따른 수혜) 외에 (소모된) 무기 보충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답했다.
모건스탠리는 시가총액 30억 달러(약 4조400억원) 이상인 RTX 지분 2.1%를 보유하고 있다. RTX는 이스라엘의 방공 미사일 체계 아이언 돔의 미사일을 이스라엘 방산기업 라파엘과 공동 생산하고 있다.
지난 25일 방산업체 제너럴 다이내믹스의 실적발표 전화회의에서도 월가 IB인 TD 카우언의 애널리스트는 "하마스가 추가 수요를 창출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1천60억 달러 규모의 예산을 요구했다"며 어느 분야에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지 물었다.
여기에 제너럴 다이내믹스의 제이슨 에이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솔직히 말해 이스라엘의 상황은 분명히 끔찍하며, 우리가 말하는 동안에도 상황이 계속 전개되고 있다"면서도 포병 분야에서 가장 큰 수요 증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다음 날 TD 카우언은 제너럴 다이내믹스에 대해 '매수' 투자 의견을 제시했는데, TD 카우언의 계열사인 TD 애셋 매니지먼트도 제너럴 다이내믹스 지분 1천600만 달러(약 216억원) 이상을 갖고 있다.
이들 애널리스트의 발언은 모건스탠리나 TD 카우언이 기존에 내놓은 인권 관련 성명서나 유엔 세계인권선언 등에 대한 지지 방침과 모순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벌어진 무력 충돌에 따른 재무적 혜택을 편안하게 논의하는 냉담함을 제쳐놓고라도 방산주의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자사의 인권 관련 정책을 준수하는지 의문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의 인권 성명서는 "우리는 유엔 세계인권선언에 나온 것과 같은 모든 영역의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하며 고취하기 위한 방식으로 사업을 벌임으로써 우리의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앞서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 민간인 등 1천400여명이 숨졌으며, 이후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과 지상군 투입으로 가자지구 주민 사망자가 이날까지 어린이 최소 3천457명 등 8천306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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