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하마스, '사망자수 부풀리기' 미국 의심에 전체명단 공개
바이든 "수치에 확신없다" vs 7천28명 이름·성별·민번·나이
유엔·인권단체 "가자 보건부 집계한 사망자수 신뢰할 만해"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에 따른 사망자 수를 놓고 팔레스타인 측과 이스라엘·미국 측이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팔레스타인 측에서 발표한 사망자 수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하자 팔레스타인 측은 전체 사망자의 자세한 신원 정보를 담은 명단을 발표하며 반격했다.
2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 7일 개전 이후 전쟁 20일째인 이날까지 누적 사망자가 7천28명이며 이 중 아동이 2천913명(41.4%), 여성이 3천129명(44.5%)이라고 밝혔다.
특히 212쪽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사망자의 이름과 주민번호, 성별, 나이가 담긴 전체 사망자 명단을 공개했다.
이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운영하는 보건부가 사망자 수를 부풀렸을 수 있다는 바이든 대통령과 이스라엘 측의 의혹 제기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전날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행한 연설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에 대해 팔레스타인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나는 팔레스타인이 쓰는 (인명피해) 수치에 대해 확신이 없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언론들도 테러단체인 하마스에 의해 집계된 이 수치가 확인되지 않았으며, 전체 사망자 통계에 테러범과 무장세력들도 포함돼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 로이터통신 예루살렘 지국장인 루크 베이커도 보건부를 운영하는 하마스가 민간인 희생자 수를 최대한 부풀려 선전할 유인이 있다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썼다.
하지만 그간 보건부가 신뢰할 만한 사망자 수치를 발표한 실적이 있다는 평가가 여럿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오마르 샤키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국장은 보건부의 사망자 수가 조작되고 있다는 증거를 못 봤다며 보건부의 "전반적인 사망자 수치에 상당한 신뢰를 갖고 있다"고 가디언에 밝혔다.
샤키르 국장은 30년간 가자지구를 모니터링하면서 "우리가 특정한 공습에 대해 자체적으로 조사하면 그 (사망자)수치를 보건부 수치와 비교해왔는데, 큰 차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보건부가 사망자 각각의 신원 정보 등 세부 사항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으며, 서로 밀접한 지역사회에서 사망자들의 신원이 잘 알려져 있다는 점에서 사망자 수치를 신뢰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익명의 한 유엔 관리도 자신이 속한 기관이 보건부 수치를 수년간 확인하고 이용해오면서 그들이 수치를 부풀렸다는 근거를 못 봤다고 가디언에 밝혔다.
그간 미 국무부가 매년 발표한 인권보고서도 보건부 집계 사망자 수치에 기반한 유엔 통계에 의존해왔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다만 보건부는 지난 17일 알아흘리 아랍 병원 폭발 사건 직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최소한 500명이 숨졌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원인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측의 로켓 오발 사고이고 사망자 수도 100∼300명 수준이라는 설명이 나오면서 보건부 발표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샤키르 국장은 공습 직후에 급하게 나온 사망자 수 추정치와 시간이 지나서 기록 자료를 근거로 다듬어져 더 명확해진 수치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건부가 매일 1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숨지는 현 상황을 역정보로 덮으려는 이스라엘의 여론전에 휘말렸다고 평가했다.
샤키르 국장은 "사망자 중 여성·아동의 비중이 상당하다는 점은 민간인 희생자가 많다는 점을 나타낸다"고 덧붙였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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